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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rcord

posted Jun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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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관한 영화’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8 1/2, Sunset boulevard, Singing in the rain, Tie me up, tie me down, Edwood, Hollywood Ending, Postcard from the Edge, The Star Maker, The Player 등등, 잘 찾아보면 적지 않습니다. 영화가 자주 영화를 소재로 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영화 자체가 인기가 높은 대중적 소비재인데다가,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만들거나 보러 오는 사람들이 영화 속의 영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죠. 둘째,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집단적 창작물이다 보니,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울고 웃는 숱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 관한 드라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영화제작에 관한 영화는 많아도 영화관람에 관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겁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Nuovo Cinema Paradiso와 안정효의 소설을 정지영이 감독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정도만 떠오르는군요.


    Nuovo Cinema Paradiso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에 바치는 기념비 같은 작품입니다. 놀랍지 않게도, 아카데미는 1990년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이 영화에 아낌없이 선사했고, 세계 각지의 다른 영화제에서도 18개 부문 수상, 11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좋은 성적이 거둬 졌습니다. 수상기록 따위를 들춰볼 필요도 없이, 이 영화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하고 즐거우면서도 슬픈 수작이 틀림없습니다. 삼박자가 잘 맞았달까요. 토르나토레 감독 자신이 쓴 각본도 좋았고, 필립 느와레를 비롯한 출연진의 연기도 좋았고, 엔리오 모리코네는 음악이 영화에서 최고로 빛날 수 있는 어떤 경지를 여기서 보여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이 영화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aura)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두 시간 짜리 극장판을 보았을 뿐입니다만, 세 시간 분량의 디렉터즈 컷(director's cut)도 좋다고들 하더군요. 디렉터즈 컷에는 청년 토토의 연애담이 장시간 추가되어서, 축약판보다 좀 더 진지하고 좀 더 애잔한 감동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옛사랑이라는 소재가 주는 애틋한 느낌은 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도 잘 맞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지만, 저는 디렉터즈 컷을 구해서 볼 용기는 나지 않는군요. 처음 이 영화를 본 뒤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감동을 혹시나 실망으로 물들이게 될까봐서.


    1990년에 Nuovo Cinema Paradiso를 보고, 저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을 뒤흔들 수 있는 이야기꾼이 모처럼 이탈리아에서 출현했다고 생각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 후에 토르나토레 감독의 1985년 영화 Il Camorrista(The Professor)를 일부러 찾아서 보고 느낀 실망과 충격은 큰 것이었습니다. 나폴리 갱단의 실화에 기초했다는 이 영화는 그의 데뷔작인데, 건달들의 거친 삶을 거친 방식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점수 이상을 줄 수는 없더군요. 한참 양보해서, 엉망진창까지는 아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거기에는 거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기대 속에 제작되었던 그의 후속작품 L'uomo delle stelle(1995, The Star Maker)은 전작의 눈부신 성취가 우연한 행운 같다는 불길한 생각을 여러 사람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Monica Bellucci만 눈에 뜨이던 Malèna(2000)를 본 뒤, 저는 나름대로 토르나토레 감독이 지닌 내공의 평균치가 Nuovo Cinema Paradiso보다는 Malèna에 더 가깝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범작들을 쏟아내는 감독이 어쩌다 괜찮은 영화를 한 두 편 만드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Nuovo Cinema Paradiso는 그런 정도를 훌쩍 넘어서는 수작이었습니다. 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찜찜한 의문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Amarcord를 보기 전까지는.


    90년대초 어느 날 저는 TV 명화극장 시간에 토르나토레 감독의 등에 장심을 대고 십성 공력을 불어넣어 준 장본인을 맞닥뜨렸던 것이죠. Amarcord는 1993년 작고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73년에 만든 영화였습니다. Amarcord 속에는 Nuovo Cinema Paradiso에서 제가 감탄했던 장면들의 원형이 씨앗들처럼 차곡차곡 빠짐없이 들어있었습니다. 토르나토레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 영화를 교과서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로서는 “無에서 나오는 것은 없다(Nothing comes from nothing)”는 철칙을 다시금 목도한 것이어서, 혼자서 무릎을 치면서 묵은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1973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제목 Amarcord는, 펠리니의 고향인 리미니 지방의 방언으로 “나는 기억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리미니 지방의 30년대 인간군상의 모습이 이 영화에 우스우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우아하게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주저 없이 꼽는 한 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절판되고 없습니다만, 크리스찬 스트리치가 쓴 Feillini's Face라는 전기가 국내에는 황왕수씨 번역의 “나는 영화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었습니다. 펠리니가 실제로 “나는 영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어쩐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인상 속에 영화감독 펠리니는 자기가 곧 영화라는 광오한 언급을 실제로 했다 하더라도 어색할 것이 없는 강렬한 이미지로 새겨져 있습니다. 영화를 꿈에 비유한 작가나 평론가들은 많지만, 영화가 꿈과 닮았다는 것을 펠리니만큼 과감하게 눈앞에 보여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해요. 카메라는 꿈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일 년이 일 초만에 흘러가기도 하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휙 건너뛰기도 하잖아요. 그건 이미지로 이루어진 언어에요. 진정한 영화 속에서, 모든 사물과 모든 빛은 무언가를 의미해요. 마치 꿈 속에서처럼.”


    그가 영화의 쇠퇴를 걱정하면서 묻는 질문도, “수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 모여 앉아 한 사람이 감독한 꿈을 다함께 경험한다는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집단적으로 동일한 몽중방황을 경험하는 하나의 의식인 것이죠. 잘 알려진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8 1/2(1963)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La Strada(1953)나 La Dolce Vita(1960)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 속에도 펠리니 특유의 꿈꾸는 듯한 장면들은 들어 있습니다. 특히, Nuovo Cinema Paradiso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시골 사람들의 모습은 Amarcord의 시골 극장 장면들과 동일한 꿈의 서로 다른 조각들이었습니다. 그 꿈의 파편들을 타고, 안개 속을 산책하듯 과거를 회상하는 Amarcord의 분위기가 일정량 Nuovo Cinema Paradiso에까지 전달되었던 게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그저 저만의 꿈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페데리코 펠리니는 젊은 시절 정규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방랑생활을 했습니다. 고향 리미니에서 만화를 그리거나 유랑극단의 일원으로 생계를 꾸리기도 했던 그는 2차대전중 젊은 여배우 줄리에타 마시나와 알게 되어 결혼했고, 로셀리니 감독의 조수로 영화에 입문했습니다. 펠리니는 생전에 “모든 예술은 자전적(autobiographical)이다. 진주가 조개의 자서전이듯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의 옛 추억을 담고 있는 Amarcord는 펠리니라는 조개의 가장 빛나는 진주 같은 자서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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