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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하여 (1998, 社內紙)

posted May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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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는 맨해튼을 남북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단일명칭의 도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거리의 이름이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단순한 도로 명이 아니라,  20세기 공연문화의 상징이요, 그것을 가능케 하는 현대 문명-문화 복합체의 지번(地番)이기도 하다.  세계최고 수준의 작품이 아니면 이곳에 입성하기를 꿈꿀 수 없다.  브로드웨이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는 수많은 Off-브로드웨이, Off-off-브로드웨이 작품들이 공연물의 평균수준을 담보하는 ‘제2진’으로 버티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상업성을 폄하하는 시각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대규모 공연 제작자들을 단순히 잇속에 눈이 어두운 장사치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떤 제작자에 따르면 비싼 극장 임대료와 배우 임금, 세금 등 때문에 대규모 공연의 경우 10년간의 성공적인 공연이 이루어져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다고 한다.)  공연예술이 그 자생적 발전과정을 지속하려면 대규모 관객과 자본을 항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산업으로서 자리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 오락, 산업 이 세 가지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이곳 브로드웨이는 런던의 Westend와 함께 공연문화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춤과 노래를 곁들인 공연문화는 존재해 왔었지만, 뮤지컬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00년을 전후해서라고 한다.  미국의 서민문화가 유럽 오페라의 귀족적 취향을 제거한 대중적 스타일의 무대예술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1차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 Jerome Kern이라는 작곡가가 오페라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일련의 실험적 뮤지컬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1927년 그의 작품 <Show Boat> (Ziegfeld 극장 초연)의 상업적 성공을 계기로 뮤지컬은 독자적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 후 Rodgers와 Hammerstein 콤비(<Oklahoma!>, <South Pacific> 등), George Gershwin (<Of Thee I Sing>, <Porgy and Bess> 등), Cole Porter(<Anything Goes>), Bob Fosse(안무가; <Chicago>) 등 걸출한 작가들에 힘입어 꾸준한 발전을 해 오던 뮤지컬은 70년대 중반을 전후해 두명의 영국인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중 한 명은 영국왕실에 의해 92년 Sir의 작위까지 받은 현대뮤지컬의 대명사 Andrew Lloyd Webber.  그는 이미 1971년 23세의 나이로 소위 Rock Opera라고 명명한 <Jesus Christ Superstar>를 작곡, 그 자신이 Superstar로 부상했고, <Evita>(1979), <Cats>(1982), <Phantom of the Opera>(1988), <Starlight Express>(1984), <Aspects of Love>(1989), <Sunset Boulevard>(1993) 등 후속작품들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장 미국적인 무대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미친 그의 영향은 아마도 Rock 음악에 리버풀의 네 사나이들(비틀즈)이 가져온 충격에 비유할 수 있겠다.  초창기 그와 콤비를 이루어 활동했던 작사가 Tim Rice 역시 그간 디즈니의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 <Lion King> 등의 작품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활발한 작사활동을 펼쳐 왔는데, 최근에는 건강이 몹시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또 한 명의 두드러진 영국인은 제작자 Cameron Mackintosh로서, 현재 공연중인 뮤지컬중 최고작품으로 꼽아 손색이 없는 <Les Miserable>(1987)을 제작했고, 1991년에는 <Miss Saigon>을 내놓음으로써 <Cats>, <Phantom of the Opera>와 함께, 현재 뉴욕에서 장기공연중인 소위 4대(top four) 뮤지컬의 제작자로 등장했다. (<Les Miserable>과 <Miss Saigon>의 작곡가는 불란서인 Claude-Michel Shonberg, 작사가 역시 불란서인인 Alain Boublil이다.)  이로써 뮤지컬은 더 이상 미국인의, 미국인에 의한 장르에만 머물 지 않게끔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라고 하면 브로드웨이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다양한 작품들의 상업적 회전을 가능케 하는 뉴욕의 거대한 문화시장에 있다.  영국인 평론가 Mark Steyn은 최근 브로드웨이가 새로운 작품을 양산해내기보다는 <Anything Goes>, <Hello Dolly>, <Little Me>, <Anny Get Your Gun>(금년도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상 수상) 등 옛작품들의 재탕, 삼탕을 일삼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활력이 소진되어 가는 브로드웨이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브로드웨이에 revival 작품이 다수 올려지고 있는 이유가 단지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나 생각된다.  뮤지컬의 역사가 이젠 고희(古稀)를 넘겼고, Cole Porter, George Gershwin, Richard Rodgers 등 위대한 뮤지컬 작곡가들의 탄생 100주년이 줄줄이 다가온 만큼, 뮤지컬 장르도 이제는 당당히 무대에 다시 올릴 고전작품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유도 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쯤에서 잠깐 현재 공연중인 작품들을 들여다보자.

    <Les Miserable>을 관람하러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Victor Hugo의 초대형 서사 물을 3시간 짜리 공연에 옮겨놓았을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친숙한 플롯을 친숙한 멜로디로 풀어나가는 전략을 통해 장발장의 그 숱한 인생유전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무대공연으로 그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단 한편만의 뮤지컬을 보아야 한다면 단연 권할 만 한 작품이다.

    눈물샘을 건드리고 싶다면 <Miss Saigon>이 제격이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베트남으로 무대를 바꾼 것으로서, Puccini에게도 Mackintosh에게도 미안한 이야기지만 줄거리만큼은 지루할 정도의 신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멜로드라마를 따라 울고 웃는 게 우리네 관객들이 언제나 기꺼이 맡는 역할이 아닐는지.  헬리콥터가 등장하고 깃발의 군 무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등 무대장치가 뛰어나고, 캐스트의 수준 높은 연기가 볼만하므로 관람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은 <Starlight Express>의 ‘일본기차’ 역할,  <King and I> 의 태국인 역과 아울러 동양인이 세계적 뮤지컬에서 배역을 맡을 수 있는 극히 제한된 무대이기도 하다.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이야기를 번안한 <Beauty and the Beast>와 그것을 다시 성인용으로 번안한 <Phantom of the Opera>가 브로드웨이를 마주보고 함께 공연중이다. < Phantom of the Opera>를 최고 작품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이 다소 감점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Cats>, <Sound of Music>, <Peter Pan>, <Smokey Joe's café>, <Footloose>, <Cabaret>, <Chicago>, <Rent>, <Ragtime>, <Lion King>, <Jekyll and Hyde> 등 작품들이 상연중이다.  <Lion King>은 어린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극소수 공연물 중 하나로서 창의적인 의상기구(?)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현재 내년여름까지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소품 중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Bob Fosse가 대본, 안무, 감독을 한 <Chicago>를 권할 수 있겠다.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뒤안길을 소재로 만든 블랙 코미디로서, 음악, 연기, 무용이 모두 최상급이다.  참고로, 이미 작고한 Fosse는 <Cabaret>, <Lenny>, <All that Jazz> 등의 영화를 감독한 재주꾼이기도 했는데, 그의 자전적 영화 <All that Jazz>(1979)는 1980년 구로자와 아키라의 <가케무샤>와 함께 깐느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안무 작품을 옴니버스로 꾸민 <Fosse>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이며, 이 작품은 내러티브를 갖춘 정통 뮤지컬이라고는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상을 수상했다.

    일일이 소개하자면 한이 없다. 뉴욕을 들르는 사람들의 필수 관광코스에 뮤지컬 관람이 포함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친숙한 춤과 노래로 이루어진 종합예술이면서도 가장 뉴욕 적인 문화현장이기 때문이 아닐까.  표 값이 좀 비싸다는 건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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