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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소뜸 (1996, 한국일보)

posted May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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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소뜸은 11년전 개봉되었던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다. 이산가족 찾기가 한창인 83년 여름 화영(김지미 분)은 남편의 권유로 아들을 찾으러 간다. 해방과 함께 길소뜸으로 이사와서 고아가 되었던 화영. 그녀는 아버지의 친구 김병도씨의 집에서 살던 중 김씨의 아들 동진과 사랑을 나누었던 과거를 회상한다. 뜻밖에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화영은 이미 가정을 꾸린 동진을 만나고, 자신이 버렸던 아들 석찬을 그와 함께 찾아나선다.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던 석찬을 만난 화영은 친자확인을 시도해 보지만 법의학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과거 찾기」를 포기하고 전보다 더 큰 상처를 지닌 채 헤어지는 쪽을 택한다.


   이 영화는 ‘석찬이 사실은 화영의 친아들’이라고 구구한 신파조의 설명을 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때문에 더더욱 석찬과 헤어지는 화영의 눈물이 관객에게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알아보았지만, 다시 한 가족으로 합칠 수는 없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것이다. 그녀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친자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알량한 의학적 사실 뿐이다.


  소재의 제약 때문에 이런 영화는 뭔가에 반대하는 이야기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임권택 감독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품위를 지켜 길소뜸이 怨의 영화가 아니라 恨의 영화가 되도록 했다. 내가 본 길소뜸은 반공영화도 반전영화도 아니었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 덕분에, 기를쓰고 친자임을 인정받으려는 석찬의 절규도 역겹지 않고, 이별을 택하는 화영의 눈물도 가증스럽지 않다.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우리는 결국 과거의 아픔을 상흔처럼 지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과거를 고치고 싶은 우리의 소망과 그러지 못하는 현실과의 거리는 「백 투더 퓨쳐」와 「길소뜸」의 간격만큼이나 크다. 그 상처를 감싸안고 이겨내는 사람만이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다. 6.25가 우리 민족에게 준 상처는 끈질기고도 구체적이다. “우리가 만일 이산가족이 되면 매달 초하룻날 수도의 시청에서 기다리기로 해요.” 신혼초에 내 아내가 나에게 제안한 비극적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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