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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s of Desire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posted Nov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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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저세상도 하직할 수 있게 만든다

독일의 예술감독 빔 벤더스가 만든 이 영화의 원제는 <Der Himmel über Berlin>, 그러니까 ‘베를린의 하늘’이라는 뜻이다. 벤더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우리말 제목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이 영화의 시적인 대사들은 우리에게 <관객모독>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헌트케가 썼다.

예술감독의 작품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독일에서 약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빔 벤더스는 198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The State of Things(사물의 상태)>라든지, 1984년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Paris, Texas> 등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도 만들긴 했다. 그러나 <The Wings of Desire>는 1998년 니콜라스 케이지와 멕 라이언 주연의 <The City of Angels>라는 할리우드 멜로물로 번안되었을 정도로 탄탄한 대중성을 갖춘 수작이다. 이 영화로 벤더스는 1987년 칸느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The Wings of Desire>의 무대는 80년대 후반의 서베를린이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듬해인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사실을 떠올리면, 이 영화는 냉전의 끝자락에서 한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독일 특유의 사변적 예술의식이었는지도 모른다. 흡사 영웅본색의 킬러들처럼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두 명의 천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베를린 시내를 떠돌며 사람들의 머리속 상념을 귀기울여 듣는다. 태초부터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이 두 천사들의 임무는 현실을 ‘조립하고, 증언하고, 보존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이들 중 한 천사인 다미엘(브루노 간츠)이 서커스 곡예사인 마리온(솔베이크 도마르틴)을 관찰하다가 그만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당연히 그를 볼 수도 없고, 그는 그녀를 만질 수도,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는 그녀의 고독을 사랑하고, 또 안타까워한다. 이 영화에는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피터 포크도 나온다. 그는 영화배우 피터 포크 자신의 역할을 맡았는데, 그가 천사 다미엘에게 말을 건다. “당신을 볼 수는 없지만 거기 있는 거 알아요”라면서.

이런 설정은 유머러스하다. 이 영화에서, 피터 포크는 과거에 천사였다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지상으로 내려온 자다. 그의 격려에 힘입어, 다미엘도 영생을 포기하고 사람이 된다. 흑백이던 영화가 갑자기 컬러로 변한다. 천사는 인간이 된 뒤에 비로소 색깔, 기쁨, 고통 같은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제 다미엘은 피를 흘리기도 하고, 배고픔도 느낀다. 마침내 그는 어느 술집에서 마리온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두 사람은 왠지 서로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느낀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국판 번안물인 <The City of Angles>는 시시껄렁한 멜로물이니 일부러 찾아보실 필요는 없겠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The Wings of Desire>가 담고 있는 철학적 대사들과, 시적인 시네마토그라피와, 진지한 배우들의 호연과, 무엇보다도 소리 없이 육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베를린이라는 도시다. 이 영화의 정적이면서도 가슴 푸근한 롱테이크 장면들은 거장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벤더스는 엔드 크레딧에다 이 영화를 “한 때 천사였던, 오즈 야스시로에게” 헌정한다는 메시지를 적어두었다. 오즈 야스시로는 <Tokyo Story(東京の物語)(1953)>로 유명한 일본 감독인데,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관객들을 관찰자가 아닌 참가자의 시점에 두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더 있다. 마리온 역할을 맡은 배우 솔베이그 도마르틴은 빔 벤더스 감독의 실제 연인이었다. 그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어찌 화면에 묻어나지 않았으랴. 이 영화는 ‘인간들이 주고받는 사랑’에 바치는 아름다운 찬가다. 이 영화는 말한다.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영원한 생명을 버려도 아깝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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