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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Trek

posted Feb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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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에는 뭔가가 어디에 있는지 탐색한다는 낱말과, 탐색 끝에 그것을 발견한다는 낱말이 따로 없습니다. 탐색과 발견이라는 한자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말로는 search도 ‘찾다’, find도 ‘찾다’인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그래서, 성서중 “Or what woman, if she has ten silver coins and loses one coin, does not light a lamp and sweep the house and search carefully until she finds it”이라는 누가복음 15:8 구절은 “어느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도록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고 번역됩니다. “search(seek) until find it”이 불가불 “찾도록 찾다”라고 번역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찾도록 찾는다고 말해도 한국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것이고, 그 편이 오히려 더 詩的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거기에 다다르는 결과 못지않게, 때로는 오히려 그보다도 더 중요하고 뜻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응당 거기에 걸맞게 불리울 자격이 있는 탐색의 과정을 일컫는 우리말이 따로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기사, 목적지를 모르는 여행 따위는 농경민족의 습속은 아니기는 합니다. 존 스타인백이 자신의 미국여행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여행벽을 가리켜 “이 병은 고쳐지지 않는 병”이라고 쓴 것처럼, 가슴 속에 늘 밖으로 뻗은 길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여로가 목적지보다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정으로서의 찾음(search)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이 의도하는 것 이외의 것들을 찾아(find)냅니다. 우선, 그런 태도는 결과 못지않게 절차를 중요시하는 마음의 자세를 선사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그런 자세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가꾸는데 꼭 필요한 텃밭이 됩니다. 과학에서 정작 의미 있는 여러 발견들은 실험을 시작하면서 가정했던 결론의 도출을 되려 방해하는 잡음(noise)들로부터 나온 것들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런 설명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깃대에 매인 깃발처럼 늘 바람 부는 쪽으로 팔락이며 바람에 실려 떠나고픈 방랑벽을 가슴에 품고 지내본 사람, 긴 여행의 여로와 벗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가 설명해줄 필요도 없이 알아챌 것입니다. find라는 동사가 선사하는 후련함과 합목적성보다, 오히려 search라는 동사에 담겨있는 탐험의 정신과 인내의 미덕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Find’는 주로 그것을 찾는 사람 본인의 목적에만 부응하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Search’의 과정이 커지면 거기에는 남이 찾고자(Find)하는 행위에도 여럿이 동참할 수 있는 협조와 봉사의 공간이 열리게 됩니다. 개인이나 집단은 하나의 동일체인 뭔가를 발견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Find는 결과를 지칭하는 동사이므로, 이런 설명은 본질적으로 동어반복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모색하는 일에 협조하는 사람들이 그 ‘찾음(search/seek)’의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발견하는 것들은 다 제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모든 찾음의 과정은 구도의 과정을 닮아있는 것이지요.


    제가 Star Trek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무 가지쯤 되는 것 같습니다만, Star Trek이 ‘Search’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인간들의 드라마라는 점도 그중 하나입니다. 자기가 아는 뭔가를 찾기(find)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뭘 찾을(find)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search)나선 우주선의 이야기인 것이지요.


    이 TV 드라마의 시작부분 타이틀백은 이렇게 됩니다. “이것은 우주선 엔터프라이즈의 여행기록이다. 기이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문명을 찾고,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으로 용감히 가는 그 5년간의 임무에 관한. (These are the voyages of the starship Enterprise, Its five-year mission to explore strange, new worlds. to seek out new life and new civilizations, To boldly go where no man has gone before.)” 아, 물론, 80년대에 오면 ‘5년간의 임무’는 ‘계속되는 임무’로, ‘no man'은 양성평등적인 ’no one'으로 표현이 바뀌긴 합니다만.


    Star Trek은 현재 파라마운트사가 판권을 소유한 5개의 독립된 TV 시리즈와 10편의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소설 및 기타 관련상품을 일컫는 이름입니다. Star Trek은 제가 태어나던 해인 1966년에 처음 제작되었고, 소문에 의하면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열한 번째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저와 같이 태어나 쉬지 않고 줄곧 같이 커왔던 셈이 됩니다. 인류의 방송역사상 Star Trek에 비교할 수 있는 현상은, 기간으로 치면 (시청자층은 그보다 훨씬 엷은) 영국의 Dr. Who, 주제의 유사성으로 치면 (양적으로는 훨씬 성긴) Star Wars 정도 말고는, 없습니다.


    Star Trek을 창작한 진 로든베리는 1991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했고, 그의 유해는 우주에 쏘아올려졌습니다. 로든베리가 만들어낸 Star Trek의 세계에서 인간은 광속여행을 하고, 우주의 다른 외계종족들과 행성연합(United Federation of Planets)을 이룩합니다. 23세기의 지구에서 인간들은 서로간에 갈등과 배신을 하지 않는 단계로 발전했을 거이라는 그의 고집스러운 비젼으로 말미암아, Star Trek의 시나리오작가들은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갈등 없는 드라마란 재미있을 수, 아니 사실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초창기 Star Trek의 갈등은 거의 언제나 외계인이나, 외계인에게 정신을 사로잡힌 승무원들로부터 제공되어야만 했습니다.


■ Star Trek: The Original Series (1966–1969)

 

< USS Enterprise NCC-1701 >    Star Trek: The Original Series(TOS라고 부르겠습니다)는 6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작되었지만 세 시즌이 끝난 후 종영되었습니다. Star Trek의 종영후, 파라마운트사는 그때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수많은 독종 팬들의 엄청난 항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Star Trek의 열성팬들을 일컫는 “Trekkie”라는 단어는 결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추가되어야 할 정도로 이들은 극성스러웠습니다. (참고로 Trekkie들은 자신들을 Trekker라고 부르지 Trekkie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60년대말의 미국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SF적 관심을 비교적 진지하게 반영해줄 오락물의 공급에 그토록 굶주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Trekkie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최초의 대중문화적 컬트 현상을 만들어낸 부류들일 것입니다.


    TOS의 주인공은 세 사람입니다. 금발의 미남으로(윌리엄 쉐트너도 그땐 미남이었답니다) 모든 여자 등장인물들과 사랑을 나누고(Love'em and leave'em), 심사숙고보다는 늘 확신에 찬 행동 쪽이 빠른 제임스 T. 커크 선장. 도무지 어떻게 우주함대(Star Fleet) 최고의 기함(flagship)의 정예 승무원이 되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철저한 인간미로 무장한 의사 멕코이. 그리고 늘 멕코이가 “초록색 피를 가진 벌칸(Vulcan 종족)”이라고 놀리며 못마땅해 하는 외계인 과학관(Science Officer) 스파크 등이 그들입니다. (실은 스파크의 모친은 지구인입니다.)


    벌컨은 감정을 멸시하고 논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종족입니다. 스파크는 그 특유의 무표정한 차가움으로 동료들을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고, 지구인들의 불합리한 감정상태에 어리둥절하기도 하면서, 그런 불합리성이 때로 묘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이 세 등장인물의 화학작용은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TOS의 주된 긴장도, 가장 뛰어난 유머도 이들 셋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후속 시리즈들에서도, 안드로이드 데이터(The Next Generation), 도미니언 오도(Deep Space 9), 보그였다가 구출된 세븐(Voyager) 등과 같은 주요등장인물들이 스파크의 ‘인간의 감정에 대한 끝없는 공부’라는 테마를 변주하고, The Enterprise에 이르러서는 한 바퀴 돌아 또다시 벌컨인 트폴에게 그 역할이 주어지지요.


■ Star Trek: The Animated Series (1973–1974)

 

    60년대의 향수와 팬들의 절대적인 성원에 힘입어 73-74년간 두 시즌동안 만화로 제작된 시리즈에도 TOS 원래의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었습니다.....마는, 솔직히 이 시리즈는 제가 제대로 보질 못해서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내용은 팬들에 의해서 소위 “스타트랙 경전(Star Trek canon)”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은 뒤에 영화나 다른 시리즈 속에 상당부분 녹아들어갔다고 하더군요.


■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 (1987–1994)

 

< USS Enterprise NCC-1701D >    커크 선장이 활약했던 TOS는 23세기가 배경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쯤 흐른 뒤에 다른 배역을 써서 같은 이름의 우주선(Enterprise)을 등장시킨 The Next Generation(TNG라고 부르겠습니다)의 배경은 24세기입니다. 20년간 영상제작기술의 발전이 어찌나 눈부셨던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TOS로부터 한 세기 정도 뒤에 일어나는 드라마로 설정해야만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의 계속성(continutity)을 개연성 있게 받아들이게끔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지 않습니까? 어떤 의미에서, 현실 속에서의 기술 진보는 SF 드라마로 표현되는 상상력의 속도조차 앞지르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1960년대에 TOS가 선보였던 기술들중 어떤 것들은 20세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 생활 속에 구현되었습니다. 1996년 모토롤라가 처음으로 선보인 플립형 휴대폰 StarTac는 누가 봐도 커크 선장이 들고 다니던 커뮤니케이터의 모양이었습니다.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PC도 그렇지요. 워프엔진이나,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어 공간이동을 하는 아이디어는 아직 SF의 영역에 머물고 있기는 합니다만, 거꾸로 23세기의 미래를 그려냈던 드라마 속의 풍경이 현실에서의 변화를 턱없이 따라잡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우주선 속에서 미니스커트(스캔트)를 입고 선장의 식사 심부름 따위의 시중을 드는 여승무원의 모습이라든지, 엔터프라이즈의 계기판에 포함된 아날로그적 인터페이스의 모습은, 사람의 상상력의 속도를 따돌릴 정도로 쌩쌩 바람소리를 내면서 변하고 있는 현실의 속도감을 우리 앞에 보여줍니다.


    1987년에 새롭게 시작되어 7년간 방영된 TNG에는 그간의 과학의 진보의 성과가 담겨 있습니다. TOS와 TNG를 비교해 보면, 채 20년이 못되는 기간동안 인류가 우주의 모습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쌓았다는 사실이 이내 드러납니다. TNG에 이르면, 우주공간(Space)이라는 표현 대신 시공연속계(Space-time continuum)라는 표현을 주간 연속 드라마에서도 자주 들을 정도가 되는 것이지요. 양자물리학이나 생물학 분야의 발전도 SF의 소재를 풍성하게 해 줍니다. 또다른 시리즈에 등장하는 보이저(Voyager)호의 회로는 생물회로(Bio-circuitry)이고, 보이저는 보그와의 싸움에 미세기술(nano-technology)을 활용합니다.


    당연히, 과학자들 중에는 Trekkie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연구하는 추상적인 관념과 지루하게 진전되는 실험이 훗날 인간의 일상에서 어떤 쓰임새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용기를 주는 전시장(showroom)같은 역할을, Star Trek같은 SF 드라마가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Star Trek의 열성팬일 뿐만 아니라 그는 TNG의 에피소드에 자기 자신의 홀로그램 역할로 우정출연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커크 선장이 지휘했던 엔터프라이즈는 아르 데코 스타일의 NCC-1701이었고, TNG에 등장하는 유선형 엔터프라이즈호는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갤럭시급) NCC-1701-D입니다. 이 배의 선장은 프랑스 태생의 장 뤽 피카드인데, 피카드 역할은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의 정통 영국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맡았습니다. 미국사람들은 유럽 지리를 잘 모르기로 유명한데, 피카드가 장엄한 퀸즈 잉글리쉬가 아닌 프랑스 억양으로 떠들어댔다면, TNG는 아마 그처럼 인기가 높지 않았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없는 카우보이 같던 커크 선장에 비해 피카드는 사색적이고, 진지합니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이런 피카드의 인물 됨됨이를 아주 믿을만하게 연기했는데(프랑스인 시늉을 할 때만 빼고), 그런 그의 자질 덕분으로 TNG는 위기상황하에서의 리더쉽이 어떠해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 Star Trek: Deep Space Nine (1993–1999)


    냉전이 끝난 90년대에 들어오면, 나름대로 정연하던 국제질서의 미래가 불확실해진 탓일까요? SF 드라마에도 전에 없이 불안한 정서가 투영됩니다. 고대의 전설을 배경으로 행성간의 암투와 외교와 전쟁을 그린 Babylon 5는 마치, 나폴레옹 전쟁 직후의 유럽 상황을 우주를 배경으로 극화한 것 같은 침울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Lexx는 생물체 우주선을 탄 도망자들이 폭정과 혼란으로 얼룩진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뒤죽박죽의 초현실주의적인 코메디입니다. 70년대의 우주활극을 2000년대에 리메이크한 Battlestar Gallactica는 절멸위기에 다다른 인류가 마지막 힘겨운 전쟁을 벌이면서도 서로간에 음모와 암투를 그치지 않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 Deep Space 9 >    화목하고 질서정연한 Star Trek의 세계도 현실의 알레고리를 점점 더 많이 담게 됩니다. TNG는 물론이고, 93년에 시작된 Deep Space 9(DS9이라고 부르겠습니다)는 더욱 그러합니다. 바조르라는 행성인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행성주변의 웜홀을 숭배하는 신비주의적인 종족입니다. 이 별은 다른 행성의 자원을 착취하는 호전적인 카다시아에 의해 오랜 동안 잔인한 식민지배를 겪었습니다. 바조르의 자원을 거의 고갈시킨 단계에서 행성연합과 평화협정을 맺고 철수한 카다시아는 바조르의 궤도 바깥쪽에 ‘테라크노르’라는 우주정거장을 버려두었습니다. 이 우주정거장에는 행성연합에 의해 Deep Space 9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고, 비교적 한직인 DS9의 첫 사령관 자리에 사고로 아내를 잃은 벤자민 시스코 중령이 보임됩니다.


    그러나,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웜홀이 그가 부임한 뒤 안정적인 모습으로 재발견되면서, 이 우주정거장의 전략적 가치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종가를 치게 됩니다. 이 웜홀은 은하계의 알파 사분면과 감마 사분면, 수만광년 떨어진 두 지역을 잇는 지름길이거든요. 당연히, 카다시아는 호시탐탐 바조르의 재탈환을 꿈꾸고, 시스코 사령관은 온갖 우주종족들이 설치는 낯선(행성연합 소속이 아닌 외계인들이 건설한) 우주정거장을 통솔해 나가야 합니다.


    DS9의 특징은, 행성간의 권력투쟁을 상당히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다룬다는 점과, Star Trek에는 전통적으로 낯선 요소였던 신비주의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후자의 지리멸렬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효과는 성공적이었던 편입니다. 호전적인 외계종족과의 위선적 평화협정과 거기에 반기를 든 행성연합 내부의 반역자들(The Marquis)이 흥미로운 정치적인 소재를 제공합니다. 카다시아-도미니언 연합세력의 재침공에 맞서기 위해 행성연합은 그간 철천지 원수였던 로뮬란, 클링온 등과 불안한 연합을 지속하면서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행성연합이 그 존재를 계속 부인해왔던 내부의 비밀정보기관 Section 31이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당연히, Star Trek의 골수팬들은 DS9이 Star Trek의 전통을 망가뜨리고 어지렵혔다고 비난했습니다.


    예전에는 Mash나 Combat같은 전쟁 연속극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전투’가 아닌 ‘전쟁’을 DS9 만큼 큰 스케일로 오랜 기간 동안 다룬 오락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이 무슨 오락이냐고 물으신다면, 전쟁을 다루는 영화들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물건인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각오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을 잃으면 당해야 하는 고통이 어떤 것들인지를 전쟁드라마들은 보여줍니다. 전쟁을 모르는 사람은, 평화를 지킬 의지나 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Star Trek: Voyager (1995–2001)


< USS Voyager >    첫 출범하는 최신형 우주선 보이저호는 처녀항해중에 반란세력인 마키(The Marquis)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미지의 힘에 이끌려 7만광년 떨어진 은하계의 델타 지역(Quadrant)으로 내동댕이쳐집니다. 아무도 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우주에서 보이저호는 최고속도로 70년이 걸려야 되돌아갈 수 있는 ‘집’으로 항해를 계속해야 합니다. 어제의 적이었던 행성연합소속 우주함대 승무원과 마키들은 한 배 안에서 힘을 합쳐야 하고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던 TOS와 항해방향은 반대였지만, 보이저(VGR이라고 부릅시다)는 그동안 Star Trek에 고정출연하던 익숙한 외계종족(클링온, 로뮬런, 벌컨, 페렝기, 카다시언, 바조란)이 아닌 새로운 종족들을 상대로 ‘탐험가’의 역할을 계속합니다. VGR의 테마는, 좌초해서 절름거리며 먼 바다로부터 귀환하는 배에서도 탐험가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인웨이 선장과 보이저호의 승무원들은 자기들 말고는 아무도 감시하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조차 행성연합의 규정과 전통과 관행을 소중히, 그러나 힘겹게 지켜 나갑니다.


    그러나, 그들은 탐험가이며,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리하여, VGR은 적응에 관한 드라마, 또는 어느 선까지 ‘적응’하고 어디서 멈추어야 인간의 정체성은 지켜질 것인지에 관한 드라마였습니다.


■ Star Trek: Enterprise (2001–2005)

 

< USS Enterprise NX-01 >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다섯 번째 시리즈 Enterprise(ENT라고 하겠습니다)가 그 배경을 TOS보다 한 세기 이전인 22세기로 하겠다고 했을 때, 팬들은 반가움보다는 걱정을 표했습니다. 전통과 계속성을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TNG의 폭발적인 시청율과는 달리 ENT는 세 번째 시즌이 지나면서 시청율이 너무 낮아져서 네 시즌만에 당초 계획보다 조기 종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한 세대가 넘는 기간에 걸쳐 조각조각 형성된 하나의 pop culture를 상대로 감히 그 전편(prequel)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시도였는데, 용두사미가 된 것이지요.


    22세기초 인류는 제3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피폐한 상태에 있지만,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린 소수의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행성연합 인물들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얻어) Warp 엔진을 개발합니다. 이제 지구인이 Warp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을 감지하고 외계인(Vulcan)들이 지구에 첫 발을 들입니다. (여기까지는 극장용 영화 제8편인 First Contact의 내용입니다.)


    그 후 백여년간 지구인들은 기술지원을 위해 상주하는 벌컨들의 감독과 자문을 받으면서, 먼 우주(Deep Space) 여행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벌컨은 감정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는 논리지상주의적 종족입니다. 이들은 지구인들의 충동적 기질을 불신하면서, 지구인이 아직 외계여행에 나설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Enterprise는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벌컨들의 간섭을 뿌리치고 첫 임무에 나서는 Enterprise(NX-01)호와 그 승무원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요. Enterprise에 승선한 유일한 Vulcan 승무원의 역할은 표면적으로는 자문역할이고, 실상은 감시감독입니다.


    주인공 아쳐 선장은 드라마 속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벌컨들이 지구인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그 발전을 얼마나 지체시키고 있는지, 잘난척하는 그들이 얼마나 지긋지긋한지를 토로합니다. 지구에 주재하는 벌컨 대사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주인공 아쳐 선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미국인에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쓸모 있는 비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ENT는 Trekkie들이 기뻐할만한 사소한 성취들도 이루었습니다. Star Trek의 영원한 무법자 외계종족인 클링온은 60년대에는 짙은 눈썹에 어두운 색의 피부를 가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70년대 (영화) 부터는 분장술의 발달로 훨씬 더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종족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DS9의 "Trials and Tribble-ations"라는 에피소드에서, 시스코 선장 등 24세기의 인물들은 커크 선장이 활약하는 23세기로 시간여행을 해서, TOS의 "Trouble with Tribbles"라는 60년대 에피소드 속으로 뛰어듭니다. 시스코 선장이 커크 선장과 대화를 나누는 등 편집이 하도 교묘해서 이 에피소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24세기의 클링온 ‘워프’에게 DS9의 동료들은 왜 저 옛날 클링온들은 저렇게 인간처럼 생겼느냐고 묻습니다. 워프는 인상을 쓰며, “클링온들이 외부인들과 의논하기 싫어하는 주제”라고만 말합니다. (TV 분장술이 발달해서 그렇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ENT가 종영에 가까울 무렵의 에피소드인 “Divergence”에서, 그 이유가 멋지게 설명됩니다. 훗날 안드로이드 데이터의 창조자가 될 쑹 박사는 지구에서 엄격히 금지된 유전자조작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냅니다. 이 바이러스는 클링온들의 손에 들어가고, 클링온은 이것으로 자신들의 유전자구조를 강화하려고 하다가, 그만 바이러스는 통제불능상태가 되어 클링온 식민지 행성 하나 전체를 감염시킵니다. 여기에 감염된 클링온들은 TOS에 등장했던 것 처럼 사람을 닮은 행색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 한 편의 에피소드는 Star Trek의 역사적 배경인 지구의 “우생학 전쟁”, 데이터의 탄생배경, 행성연합의 형성과정, 클링온들의 생김새 등 조각조각 주어진 재료들을 이어붙여서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Trekkie들에게는 마치 뒤늦게 사해에서 새롭게 발견한 경전(canon)과도 같은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ENT의 마지막편은 행성연합의 창립식입니다. 은하계 알파지역 휴머노이드 중에 뒤늦게 우주여행에 합류했으며, 기술도 뒤떨어지고 감정의 기복도 심한 지구인이 행성연합의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요? 글쎄요...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저는 외교에 있어서도 최대의 무기는 성실과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유능한 외교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18세기말 프랑스 외상 딸레랑은 프랑스 혁명정부, 나폴레옹, 왕정복고기, 루이필립 정권치하 등 세상이 몇 번씩 뒤집히는 동안에도 프랑스 최고의 외교관 자리를 지킬 정도로 처세에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나폴레옹과 조용히 연합하여 혁명정부를 타파하는 협조자가 되고, 후일 러시아에 가서는 짜르에게 나폴레옹을 무찌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여러명의 여자들과 정을 통하고 사생아들을 낳은 것이야 시대의 풍조가 그랬다손 치더라도, 그는 뇌물을 무척이나 밝힌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사람이 혁명정부에서도 중용되었다는 것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그는 구질서(ancient regime)의 감성과 인격을 체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최대의 업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나폴레옹 패망후 대불동맹을 무력화시키는 수완을 발휘하여 프랑스의 영토와 위신을 보전해낸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프러시아 중심의 독일통일의 기틀을 놓아주고, 그의 이러한 외교의 결과는 1차대전의 씨앗이 됩니다. 19세기초의 유럽 정세는 ‘외교’를 비밀협정과 음모와 결탁, 배신 같은 것들과 불가분의 그 무엇으로 여겨지게끔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외교가 만들어낸 것은 평화를 영속시킬 정당성이 아니라, 인류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전란의 기틀이었던 셈입니다. 그런 결과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딸레랑은 한 사람의 외교관으로서 배신과 속임수를 거듭하면서 외교의 正道를 역주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명재상이었던 메테르니히가 ‘노상 거짓말만 하면서도 아무도 속일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딸레랑은 ‘진실만을 말하면서도 누구든 속여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세간의 평이 전해옵니다. 외교관은 때로는 자신감을, 때로는 겸손을 연기할 능력을 갖추긴 해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외교적 협상능력이란, 결단코 속임수와 동격은 아닌 것입니다. 최대한의 성실을 발휘하는 외교는, 국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세상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틈에 낀 나라의 장래에 걸어볼 기대가 뭐가 있겠습니까? 수많은 행성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합체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지구인 아처 선장의 동화는, 그래서 유쾌합니다.


■ 극장용 영화


    TOS가 끝난 직후 Phase 2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거의 완성시켰던 파라마운트사는, 스타워즈의 거대한 성공에 영향을 받아서 TV 시리즈를 만드는 대신 극장용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었습니다. 현재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열한번째 속편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일일이 다 쓰자니 한이 없고, 제목만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USS Enterprise NCC-1701A >

   - Star Trek: The Motion Picture (1979)

   - Star Trek II: The Wrath of Khan (1982)

   - Star Trek III: The Search for Spock (1984)

   - Star Trek IV: The Voyage Home (1986)

   - Star Trek V: The Final Frontier (1989)

   - Star Trek VI: The Undiscovered Country (1991)

   - Star Trek: Generations (1994)

   - Star Trek: First Contact (1996)

   - Star Trek: Insurrection (1998)

< USS Enterprise NCC-1701C >   - Star Trek: Nemesis (2002)

 

  

< USS Enterprise NCC-1701B >

 

 

■ 마무리


    본래 Star Trek에 관한 글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쓸 말이 너무 많아 난삽한 글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지요. 제가 “Star Trek을 다 봤노라”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스물아홉 시즌에 걸친 726편의 에피소드와 열 편의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좀 너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어서 덧붙이자면, 빠뜨리고 안본 것도 몇 편 있긴 하답니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멕가이버에 관해 몇 자 적은 마당에야 Star Trek에 대해서 몇 마디 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SF의 예언들은 어느 정도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예지적이기도 하고, 그 예지력은 대체로 자기충족적(self-fulfilling)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60년대에 시작된 이 드라마는, 여느 미국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미국중심적’이고, ‘남성중심적’이고, ‘백인중심적’인 구조를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Star Trek은, 드라마가 과연 얼마나 ‘미국중심적’, ‘지구중심적’일 수 있느냐, 백인남성이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지금보다 나아진 미래, 지구보다 넓은 사회를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지요. 흑인 민권운동이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60년대, Woopi Goldberg는 어린 시절에 Enterprise의 사령탑에서 흑인여성 Uhura가 통신장교 역할을 맡고 있던 사실로부터 한없는 용기를 얻었다고 실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연히, 90년대에 다시 시작된 TNG, DS9, VGR 등은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미국의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은 자유와 평등에 대한 관념이 달라진 정도가 얼마만큼인지 드러내 보여주었습니다. (이들 시리즈에서의 ‘선장’은 각각 프랑스인, 흑인, 여성이 맡았습니다.) 90년대를 풍미하며 Star Trek은 전쟁과 평화, 권위주의와 제국주의, 계급투쟁, 인종차별주의, 인권, 성차별 등의 정치적 문제들을 상당히 직설적으로 다루었으며, 마약, AIDS, 가족의 분해, 기술의 역할 등 현대사회에 당면한 현안들을 24세기에 투영하는 알레고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든 비유가 그렇듯이, 가상세계의 알레고리는 문제의 핵심을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Star Trek의 중심적인 테마는 하나의 문명이 다른 문명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 것이냐는 점인데, 이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습니다. 왜냐면, Star Trek에는 미국 일반대중들의 우주관계(inter-galactic relationship)에 대한 평균적 상상력이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hip)에 대한 그들의 관념의 알몸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당초 진 로든베리의 순진한 윌슨주의적 열망(Wilsonian Dream)에서 출발했던 Star Trek은 90년대를 거치며 - 적어도 몇 편에서는 - 날카로운 정치적 현실주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카다시아(Cardassia)와 바조르(Bajor), 마키(Marqis)들 사이의 드라마를 관전하며 요단강 서안이나 가자지구의 정착촌 문제를 떠올리는 일은 그 나름대로 재미있으며, 행성연합의 문명불간섭원칙(Prime Directive)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소파에 드러누워 국가주권에 관한 숱한 논의들을 이리저리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Star Trek 시리즈중 네 번째 영화(The Voyage Home, 1986)와 두 번째 시리즈(TNG)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의 두 아들녀석들 모두 Las Vegas 힐튼호텔의 Star Trek: The Experience(모션라이드)에 갔을때 매표소 앞에서 거의 경건한 긴장감을 드러낼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이 되어버렸는데, 아이들은 VGR 시리즈가 제일 재미있다고 하는군요. 아마 최근에 만들어져서 더 구미에 맞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TOS를 재미없어 하는 것도 아닙니다.


    21세기의 아이들이 60년대 TV 연속극을 흥미진진하게 보는 장면은, 그 자체로서 구경거리입니다. 가끔, 너무 애들한테 구닥다리 취미를 소개하나 싶은 반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자식들과 취미를 공유하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야구선수가 아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 아마도 느낄 그런 종류의 뿌듯함을, 저는 찾다(search)보니 이런 식으로 찾아낸(find) 것이겠지요. 그것이 제가 Star Trek을 좋아하는 이유를 적은 목록의 끝머리에 차마 빠뜨릴 수 없는 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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