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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E

posted Jan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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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외로움의 반의어다 -


이럴 수가! 2008년에 만들어진 최고의 로맨틱 영화는 선남선녀의 눈물을 담은 영화가 아니었다. 로보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픽사의 에니메이션이었다. 지구형 쓰레기 처리장치(Waste Allocation Load Lifter - Earth class)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로보트 한 대가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들이 버리고 떠난 쓰레기로 산을 이루고 있다. 다른 모든 로보트들이 낡고 고장나 멈춰버린 뒤에도 이 작고 귀여운 로봇은 7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혼자서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22세기의 지구는 ‘Buy and Large’라는 기업이 지상의 모든 경제활동을 관장하는 소비사회가 되었다. 쓰레기가 포화상태가 되고 오염이 심각해지자 BL사의 회장은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우주에서 생활할 것을 결정한다. 사람이 떠난 지구에는 청소용 로보트들이 남겨졌다. 그러나 Wall-E의 일상이 보여주듯, 인간의 쓰레기는 로보트들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29세기초 Wall-E는 지구상에서 호기심을 지니고 활동하는 유일한 지각있는(sentient) 존재처럼 보인다. 그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한 재미난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뮤지컬 <Hello, Dolly!>를 시청하면서 그 주인공들처럼 다른 누군가와 손을 마주잡고 싶어한다. 그의 외로움은 관객의 가슴에 시리도록 전해온다.

어느 날, 무인우주선이 지구에 내려와 날렵한 신형로봇 한 대를 내려놓고 사라진다. 이 로봇은 외계식물평가장치, 그러니까 EVE(Extraterrestrial Vegetation Evaluator)라는 이름을 가진 탐사로봇이다. 월E는 이브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임무의 의미를 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따라 우주여행에 나선다. 그는 결국 그녀의 임무완수를 돕고, 그 부수적인 결과로서 인류를 구하기도 한다. 차갑고 무감각하게 임무만을 추구하던 고성능 로봇 이브는 월E와 함께 모험을 하는 동안 그의 오랜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

<Wall-E>는 코믹한 해피엔딩의 만화면서도, 그 줄거리는 묵시록적인 종말론으로 채색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중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700년 묵은 구식 로보트다. 이 영화는 반어와 역설의 힘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Wall-E>는 다른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질문들을 제기한다. 로보트가 오랜 학습과정을 거쳐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합목적적인 성능의 향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의 권리는 어느 선까지 인정되어야 마땅할 것인가? 사랑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월-E와 이브는 각각 남자와 여자처럼 묘사되기는 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이성간의 사랑으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로봇들이 서로간에 느끼는 애착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사랑은 세대간의 교감이나 이성간의 집착, 심지어 동성애의 범주조차 넘어서는 그 무엇이리라.

영화 <Wall-E>의 놀라운 성취는 거기에 있다. 사랑이라는 거대하고 미묘한 물건을 냄비에 넣고 졸일 대로 졸이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 답은 “혼자이기 싫다”는 감정이다. 로봇 월-E의 사랑은 복잡하지 않다. 그것은 700년만에 만난 자신과 비슷한 존재와 함께 있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다. 조금 사치를 더한다면 손을 맞잡고 싶다는 욕심 정도다. 수백년동안 뮤지컬 속의 라스트신을 동경해온 나머지, 월-E는 두 손을 맞잡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 어떤 존재론적 완성을 달성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이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욕구는 너무도 강해서, 월-E는 스스로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는 그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월-E의 행동은 마치 상대에게 잡아먹히면서도 번식본능을 충실히 따르는 곤충을 연상시킬 정도로 주저 없고 일관되다. 희생과 헌신의 진정한 의미가 뭐냐고? 사랑의 목적이 뭐냐고? 해답 없는 고민이 그대를 심난하게 만든다면 이 영화는 꼭 한 번 볼 가치가 있다. 사랑이란 그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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