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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justment Bureau (2011)

posted Jun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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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justment Bureau>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The Adjustment Team>에서 대략의 아이디어 정도를 차용한 영화랄 수 있습니다. 필립 K 딕(1928-1982)은 <Blade Runner>와 <Total Recall>의 원작 소설을 쓴 미국의 SF 작가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들의 삶을 조종하는 ‘노인’의 계획에 협조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끝까지 반항합니다. 소설이 주는 느낌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와 허무감이 지배적인데, <The Adjustment Bureau>는 할리우드가의 제품답게 희망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은 부동산 회사 직원이었는데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은 장차 미국 대통령이 될 상원의원 후보인 것입니다.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이 평범한 회사원의 인생보다 미국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장래에 더 큰 공을 들인다고 해서 그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이겠습니까. 이 영화의 달콤한 해피엔딩은 그래서 씁쓸합니다.

뉴욕주 하원의원 데이빗 노리스(매트 대이먼 분)는 2006년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십니다. 패배를 승복하는 연설을 준비하던 그는 호텔 화장실에서 매력적인 여성 엘리스(에밀리 블런트 분)을 만나고, 그녀로부터 묘한 영감을 얻은 덕분에 원고에 없는 연설로 - 선거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 덕분에 그는 2010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선두주자가 됩니다. 데이빗은 엘리스를 다시 만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운명을 조정하는 <교정국> 직원의 실수로 그는 엘리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가 자신의 운명적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그 과정에서 데이빗은 몰라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의 삶이 ‘의장님’의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수시로 사소한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교정국> 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그들에 따르면, 그가 엘리스와 맺어지면 그는 행복감과 충족감을 느낀 나머지 정치에 관심을 잃게 되고, 그러면 장차 미국의 대통령이 될 운명이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그녀를 만나려는 그와 그 만남을 방해하려는 조정국 직원들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집니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매우 할리우드 영화스럽게, 데이빗은 그를 돕는 교정국 직원을 만나게 되고, 그의 능력을 빌려 도시 속의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도망 다닙니다. 모자를 쓰고 문을 특별한 방식으로 열면 엉뚱한 장소가 나온다는 설정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덕분에 <The Adjustment Bureau> 속에 그려진 뉴욕시는 마치 미하엘 엔데의 단편소설집 <자유의 감옥>에 등장하는 공간처럼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의 거의 전부랄 수 있습니다. 원작 소설은 신학적인 알레고리로 쓰여졌기 때문에 애당초 장편영화의 재료로 적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The Twilite Zone> 시리즈의 한 시간짜리 단편으로 만들어졌다면 더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의장님’에게 도전하는 데이빗의 분투가 장편영화로 구현되면 어쩔 수 없이 비유는 반토막짜리가 되고 마는 거죠. 신학적 주제를 로맨스와 섞어 놓은 덕분에,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대신 느끼한 설교로 마무리됩니다. “나의 삶 속에서 나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당신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운명조차 거스를 수 있다” 또는 그와 비슷한 동화풍의 설교가 되어버린 겁니다. 뭔가 훌륭한 것을 빚을 수 있었던 재료로 만들어진 평범한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배우 매트 데이먼이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실적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The Adjustment Bureau>에서 매트 데이먼의 연기가 실망스러웠다고 농담조로 받아쳤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매트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그리 흠 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부실한 이야기를 한 시간 40분동안 끌고 가는 것은 두 사람의 호연입니다. 좋은 SF 단편소설은 한 가지 아이디어로도 쓸 수 있지만 좋은 SF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요즘의 영화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현실의 가상성을 설득시키려면 신기한 화면 못지않게 <The Matrix>나 <Inception> 정도의 논리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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