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이 헐리웃에서 만든 2차대전 영화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하얀 리본이 무척 sobering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 영화를 곱씹어 볼 수록 Haneke 감독의 시각이 보는 눈에 따라 sober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어느 외국인이 저한테 박찬욱 감독이나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한국 사회를 알았다고 한다면 저는 펄펄 뛰었을테니까요. 그렇게 느끼던 참에 보내주신 글을 읽어보니 정곡을 찌른다는 표현이 이런 글을 위해 사전에 올라간거구나 싶습니다.
다만 단순한 소재로 거창한 주제를 정교하게 보여준 최고 수준의 영화의 본보기라는 저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요즘 잘 만든 영화 보기가 갈수록 드물어지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기도 하고요. (이 영화 평을 보면 다들 Sander 사진이랑 연결시키는데 실제로 감독이 Sander를 거론한 적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런 흑백 비주얼에 으레 Sander 이름이 따라나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추천해드린 영화를 보시고 아드님과 영화 우정에 금이 간 건 아닌지 살짝 걱정됩니다. 온 가족이 손잡고 보시라고 추천해드린 건 아니었으니 제 책임은 아니지요. 아무래도 저는 세상과 사람의 쓴맛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Guillermo del Toro 감독이 "공포영화는 세상의 잔인함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게 해준다"라고 했답니다.
- U
Cinema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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