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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to Stick/Influence

posted Apr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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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ldi.jpg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

  - 2007, Chip and Dan Heath, Random House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 2006, Robert Cialdini, Collins Business

 

    대학교에서 나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80년대 우리나라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커리큘럼에는 미국식 행태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서 접한 정치학은 ‘과학’이 되고 싶어하는 학문, 사회과학 분야들 중에 ‘과학’에 가장 근접한 경제학을 부러워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영국의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정치학을 새롭게 만났다. 아마도 영국적인 학문의 풍토가 전통적인 풍모를 갖추고 있어서 더 그랬겠지만, 그곳에서 정치학의 상석은 정치사상과 외교사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건대, 진정한 지식은 인문학적 지식이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과 예술. 지식인이라 함은 이러한 분야들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한편, 사회과학은 거둬들인 지식을 머리속에 칸칸이 잘 정리해 넣는 훈련인 셈이다. 마구잡이로 섭취한 지식에 체해 정신적 주화입마를 입은 불행한 지식 수련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과학은 이른바 ‘쓸모 없는’ 지식의 조각들에 질서를 부여해 쓸모 있게끔 만드는 지적 과정이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지식이 지성의 불길로 타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아들들에게 권하는 독서 목록>을 만들면서, 애당초 인문서적 70% 정도에 사회과학서적 30% 정도를 담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욕심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씹어먹기 어렵고 한참 소화해야 하는 책들 보다는 쉽사리 ‘생각의 음식’이 되어줄 만한 책들에 먼저 손이 가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권해줄 서책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첫째, 부끄러운 일이고, 둘째,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나의 지식의 얕음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짓이므로 부끄러운 것이며,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듯, 자칫 나의 권고를 믿고 따르는 벗들과 후배들을 어설픈 길로 인도할 수도 있겠기에 위험한 것이다.

 

    잡설이 좀 길어졌는데, 요컨대 당초에는 서점의 ‘처세’ 코너에 꼽혀 있을 법한 책들은 목록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다.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두 권을 소개할까 싶다. 둘 다 번득이는 기지와 예리한 관찰로 매우 유용한 조언을 해 주는 책들이다. 한 권은 바로 앞서에서도 잠시 소개했던 <Made to Stick>이고, 다른 한 권은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이다. 번역본은 각각 <스틱!>(웅진윙스)와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이다.

 

    먼저, <Made to Stick>은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던 두 형제에 의해 쓰여졌다.

 

    “몇 년 전 우리 칩과 댄 형제는 지난 10년 동안 두 사람이 모두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어째서 어떤 메시지들은 성공하는 반면, 다른 것들은 실패하는가? 댄은 교육 분야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Thinkwell이라는 출판사의 공동설립자였는데, (생략) 수석편집자인 댄은 경제학, 생물, 수학, 물리학 등과 같은 교과목들을 가르칠 가장 좋은 교수법을 고안해내기 위해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다. (생략)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 칩은 어떻게 그토록 형편없는 메시지들이 때때로 시장에서 대히트를 치는가 하는 질문에 10년 동안 매달렸다. (생략) 2004년, 우리 두 사람은 이제껏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칩은 스티커 메시지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었다. 한편 댄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실용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스틱! 중에서 발췌)

 

    책의 생성과정부터가 독특하지 않은가? 칩과 댄 두 형제는 맬컴 글래드웰의 저서 <The Tipping Point>로부터 머리 속에 달라붙는 메시지, 즉 ‘stickness’라는 개념을 빌려왔다. 그들은 어째서 특정한 광고카피, 도시전설, 속담, 민담 등이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널리 전파되면서 생명력을 가져 왔는지를 연구하고, 또 어떻게 하면 그런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달라붙는 메시지’를 연구하는 저자들의 책답게, 이 책은 재미나고 빨리 읽히며,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신장(kidney) 절도 이야기처럼 충격적 반전을 담은 도시전설이나, ‘저가 항공사’라는 단일 메시지를 강조하여 성공을 거둔 Southwest 항공사의 이야기, 구체적인 사례로 회사의 이미지를 홍보한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의 성공하례를 설명하면서, 아래 여섯 가지의 비법을 소개한다. 각각의 머릿글자를 모으면 SUCCESs가 된다.

 

    첫째, 단순할 것(Simple). 꼭 전달해야 할 한 두가지 메시지에 집중할 것.

    둘째, 의의일 것(Unexpected).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

    셋째, 구체적일 것(Concrete). 그래야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할 수 있으므로.

    넷째, 믿을만 할 것(Credible). 권위나 반권위를 적절히 인용하여 신뢰를 줄 것.

    다섯째, 감정적일 것(Emotional). 메시지의 중요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할 것.

    여섯째, 줄거리로 제시할 것(Story). 내러티브는 오래 기억되는 속성을 지니므로.

 

    이 원칙들은 의외로 쉬워 보인다. 히쓰 형제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런 쉬운 원칙들을 잘 지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들 중 하나가 바로 ‘지식의 저주’라고 한다. 뭔가를 알아버리게 된 사람은 그걸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가 어렵게 되어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자기가 그렇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읽을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할 조언이다.

 

    두 번째 책인 <Influence>는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B. 치알디니가 썼다.

 

치알디니는 다년간의 연구성과를 평이한 삶 속에서 벌어지는 사례들로 풀어내는 재능을 보여준다. 히쓰 형제의 기준으로 보자면, 치알디니는 “스토리”에 강한 메시지 전달자에 해당하겠다. 그는 어째서 사람들이 세일즈맨이나 종교단체의 일견 황당해 보이는 메시지에 설득당하게 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지에 궁금증을 품는다.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치알디니는 무려 3년간 대리점 외판원, 기여금 모금담당, 통신판매원 등을 훈련하는 교육과정에 몸소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성과를 담은 이 책은 20개국어로 번역되어 꾸준히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치알디니가 말하는 “여섯 가지 설득(영향력)의 무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호성(Reciprocation), 즉 사람들은 호의를 되갚으려는 본능을 지녔다.(큰 호의를 얻고 싶거든 작은 호의를 먼저 베풀어라! - 백화점의 화장품 샘플 선물처럼.)

    둘째, 약속이행과 일관성(Commitment and Consistency). 사람들은 약속을 말이나 글로 남기고 나면 (그런 약속을 당초 했던 동기가 사라진 뒤에도) 그것을 지키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일관성을 갖추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을 설득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동조하는 것임을 보여주면 된다는 뜻이다.

    넷째, 권위(Authority). 사람들은 설령 그다지 좋지 못한 일을 할 때에도 권위에 의존하고 싶어한다. (광신도 단체의 집단자살처럼) 이 부분은 히쓰 형제가 말하는 ‘신뢰성(credibility)’과도 비슷한 맥락인 셈이다.

    다섯째, 연결(Liking), 즉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설득당할 가능성이 크다. (치알디니가 제시하는 사례는 그릇가게인 ‘타파웨어’사의 ‘홈파티’라는 판매전략이다.)

    여섯째, 희소성(Scarcity), 즉 사람들은 어떤 제안이 매우 소수에게 베풀어지는 특혜라고 생각하면 덥썩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곰곰이 되짚어 보면, 이런 원칙들 또한 그다지 신기하거나 놀랍지 않은 것들이다. 치알디니가 말하는 설득의 전략은 자기 성적표를 부모에게 보여주는 어린 학생에서부터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당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사용되는 원칙이다. 우리가 매일 보면서도 뭐라고 꼭 집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명쾌하게 깨닫는 과정. 그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여기 소개한 두 권은 그런 쾌감을 충분히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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