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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s Sex Fun?

posted Jun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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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s Sex Fun?

- 1998, Jared M. Diamond, Basic Books


 

    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1년 중 아무 때나 섹스를 할까? 어째서 유독 인간에게 성은 오락이 되는가? 왜 인간에게 성욕은 강렬한 욕망이면서도 은밀하고 부끄러운 주제인가? 진화론자이자 생리학자이며 문명학자인 자레드 다이아몬드의 1999년 저서 <Why is Sex Fun?>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다. 듣고 보면 우리가 어째서 진작 진지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었는지 궁금해질 만큼, 인간의 성적 습성은 지구상의 다른 모든 동물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책의 주요한 관심사는 인간사회의 진화과정에 있지만, 인간의 성적 행태의 진화과정을 진지하게 살펴봄으로써 얻게 되는 부산물 중에는 남성과 여성이 왜,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에 관한 깨우침도 포함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재미있다기 보다는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해야 할 것 같다.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독특한 성적 습성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부터 진화생물학적인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포유류의 암컷이 자식의 양육에 대하여 수컷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포유류의 수컷이 젖을 먹이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번식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짝짓기 상대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성의 성기가 다른 유인원에 비해 불필요하게 큰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에게 폐경기가 찾아오도록 진화한 까닭은 무엇인가?


    리처드 도킨스가 일찍이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것은 복제자(유전자)의 다양한 복제방식들중 자연선택을 통해 선발된 두 종류의 유성생식 세포가 있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운동성을 포기하고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확보하기로 한 난자와, 부족한 생존가능성을 날렵한 운동성과 많은 수로 보충한 정자가 그 두 종류다. 난자는 전형적인 안전성(risk-avoiding) 전략을 상징하고, 정자는 도박형(risk-taking) 전략의 결정판이다. 난자는 정자에 비해 약 100만배 가량 더 커서 육안으로도 관찰될 수 있는 크기의 세포이므로, 발생초기부터 배아의 모친은 부친에 비해 더 큰 투자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뜨거운 격량을 일으키는 ‘모성애’라는 단어의 출발점이다.


    난자가 가급적 선별적으로 정자를 받아들여야 하며, 정자가 단시간내 가급적 많은 수의 난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양측의 상이한 번식전략이므로, 이것은 모든 동물에 있어서 암수간 서로를 속이고, 또한 상대의 기만술책에 속지 않기 위한 행태를 진화시켜왔다. 인간의 경우에, 여성은 다른 모든 포유류와는 달리 자신의 가임기간(배란기)을 널리 알리지 않는 방식이 자연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상대방 남성에게 자녀양육에 대한 보다 큰 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임기간을 알지 못하면서도 번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인간은 수시로 섹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섹스가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터이므로, 유독 인간에게는 섹스가 재미난 것(fun)이 되도록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진지한 설명을 쫓아가다 보면, 그가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언술이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 선명히 보인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1) 인간의 성욕은 엄청나게 뿌리 깊은 진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것은 가볍게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2) 인간의 진화과정이 남녀 양자간의 은밀한 번식게임의 양상을 만들어냈으므로 그 과정에서 성행위에 수치심이 연관되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에덴동산에서 두 남녀가 부끄러움을 배운 뒤에 자녀들을 낳게 되었다는 성경의 설명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3) 여성이 남성의 친족에게 시집오는 풍속 또한 1부1처제 만큼이나 뿌리가 깊은 진화의 산물로 생각된다. 프란시스 푸쿠야마는 현대 가족의 해체 현상을 <The Great Disruption>이라고 불렸는데, 오늘날 우리의 진화과정이 막다른 골목을 만난 것이라면 그런 호칭조차 지나치게 완곡한 것이리라. 가령, 만일 호주제도가 현대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지혜를 발휘하여 조정하는 것이 옳겠지만, 우리 종(species)의 진화의 대세를 조잡하게 거스르는 대안을 함부로 선택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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