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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최전선 (Imperial Grunts)

posted Jun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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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nts.jpg

 

Imperial Grunts: On the Ground with the American Military, from Mongolia to the Philippines to Iraq and Beyond

- 2005, Robert D. Kaplan, Random House

 

    로버트 카플란이라는, 발로 뛰는 탁월한 역사 기록자를 가졌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의 행운이다. 시사월간지 <The Atlantic Monthly>의 편집인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제문제 저술가이자 제3세계 전문가인 그는 젊은 시절부터 아프리카, 이스라엘, 동유럽, 발칸 반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으로 얼룩진 “지구의 뒷골목”을 여행하며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확고히 다졌다. 그는 전쟁터에서 종군하며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역사를 서술하는 투키디데스적 전통을 지킨다. 책상물림의 사회과학자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방대한 독서량과 몸을 사리지 않는 현장경험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11권의 책을 썼는데, 적어도 그 중 국내에도 소개된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The Coming Anarchy: Shattering the Dreams of the Post Cold War)>(2000), <승자학(Warrior Politics: Why Leadership Demands a Pagan Ethos)>(2001), <타타르로 가는 길(Eastward to Tartary: Travels in the Balkans, the Middle East, and the Caucasus)>(2000), <지중해 오디세이(Mediterranean Winter: The Pleasures of History and Landscape in Tunisia, Sicily, Dalmatia, and Greece)>(2004) 등 네 권의 책은 별도의 소개가 필요한 명저에 해당한다.

 

    특히 <The Coming Anarchy>를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통찰력은 그가 단순히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현장경험을 통해 현실주의를 득도한 사회과학자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 책은 급격한 도시화와 자원고갈에 처한 후진국에서 정부가 통제능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 세계적 안보위협을 초래하리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Warrior Politcs>를 통해 그는 현 세대가 오랜 평화에 취해 위험을 인식할 능력을 잃었다는 점을 일깨웠고, 미국의 지도자들이 “이교도 정신”에 기초한 현실주의적 시각을 잃지 말 것을 촉구했다. 우리 시대의 마키아벨리인 카플란의 경고와 조언은 미국의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플란의 책을 딱 한 권만 골라서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로서는 <Imperial Grunts>를 꼽고 싶다.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은, 그리고 세계는 비로소 냉전이 끝나고 또다른 세계적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방부는 도널드 럼스펠드라는 철의 의지를 가진 국방장관의 지휘하에 거대한 변혁을 실천해 나갔다. 전략적 결정에 있어서 민간인 지도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지역사령부의 빈 곳을 메우고, 과거의 사단중심에서 대대중심의 운영체제로 옮기고, 군대의 이동성을 개선하는 다양한 조치들이 인사, 전술, 군수 부문에서 시행되었다. 동맹국들과의 주둔군지위협정이 대대적으로 재정비되었으며, 이른바 “Lilypad 전술”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들과의 군사협력협정이 체결되었다.

 

    이제 다섯 개로 나눠져 있는 미국의 지역사령부는 지구 곳곳을 빠짐없이 다 덮고 있다.(“당신이 북극에 서면, 자동적으로 한 발은 미군 북부사령부 권역에, 다른 한발은 태평양 사령부 권역에 딛고 선 셈이 된다. 발의 위치를 한 번 바꾸면 이번엔 유럽 사령부다.”) 전 세계의 미 지상군은 그린란드에서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에서 싱가포르, 몽골까지 59개 나라의 영토에 기지 사용권을 갖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170개 나라에서 매년 미군이 참여하는 군사 훈련이 시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의 미군의 주둔양상과 활동내용은 10여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카플란은 그 달라진 현장의 생생한 흙먼지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는 미국이 치르고 있는 진정한 전쟁의 모습은 주류언론이 등한시하는 지구 곳곳에서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한 미군이 부족 간 파벌 싸움을 해결하거나 테러분자들의 요새를 급습하는 모습, 학교나 병원을 건설하는 모습, 외국군을 훈련하는 모습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Imperial Grunts>는 카플란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기간동안 예멘, 콜롬비아, 몽골,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의 뿔 지역, 이라크 등지에서 군인들을 밀착취재한 기록이다. 자국 군대를 “우리 군대”라고 부르는 전통적 종군기자의 따뜻한 시각을 유지하는 카플란은 일선의 “철갑소령(iron major)들”과 하사관들의 직업정신(professionalism)에서 미군의 진정한 힘을 발견한다.(“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보존보다는 자신들이 수행하는 역할의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옆의 병사가 자기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죽음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자연히, 그는 미군 지도부가 야기하는 관료주의를 불신하고, 미군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비판적이다.

 

    그는 미국을 제국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가 사용하는 ‘제국’이라는 용어의 뉘앙스는 영국 역사가 닐 퍼거슨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그는 자신이 가 본 미국의 여러 최전선 지역을 “아메리칸 인디언의 고장(the Injun Country)”이라고 부르는데, 그의 독자들은 1800년대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와의 비유가 의외로 적절한 면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반제국주의적 협심증에 시달리고 있는 알러지 환자가 아니라면.

 

    <Imperial Grunts>의 후속편 <Hog Pilots, Blue Water Grunts: The American Military in the Air, at Sea, and on the Ground>도 2007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전편에서 다루지 못한 해군 및 공군 일선부대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해상교통로(sea lanes)를 보호하는 활동은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모습을 사실주의적 회화처럼 포착하고 있다. 카플란은 미중간의 군사적 충돌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런 그의 우려는 책상머리에서 공상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가치가 있다. 그는 ‘When North Korea Falls’라는 2006년 <The Atlantic Monthly> 기고문에서 미중간의 권력정치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한반도의 장래를 조망한 바 있다. 이 글은 한반도의 ‘핀란드화’에 대한 진지한 우려들의 시초처럼 보인다. 그의 글들은 웹사이트 http://www.theatlantic.com/doc/by/robert_d_kaplan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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