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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몇 권

posted Feb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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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영희씨 >
정소연, 창비, 2015

후배가 책을 보내주어 모처럼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과학소설을 읽으며 주말을 보냈다. 정소연의 "옆집의 영희씨"는 흠 잡을 곳보다 칭찬할 곳이 훨씬 많은 수작이었다. 특히 주인공과 어머니의 바둑 대국에 우주에 대한 동경을 실어 놓은 "우주류"는 오래동안 잔상이 남는 단편이었다. 어딘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Green Hills of Earth와도 흡사한 처연함이 느껴지는. 이보다 더 재기발랄한 단편들도 있긴 했지만 작가의 패기 있고 선명한 음성이 깃들어 있기로는 "우주류"와 "마산 앞바다"가 으뜸이었다.

몇 가지 단편적인 인상이 따라붙는다. 첫째, 우리나라의 신인 과학소설 작가들에게 듀나는 하나의 든든한 전범으로 자리를 잡았나보다. 정소연 작가에게서도 그녀의 그림자를 본다. 둘째, 여성 과학소설 작가들이 보여주는 동성애에 대한 집착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미래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동성애자들을 여전히 피해자로 묘사하는 것은 상처가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야심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셋째, 정소연 작가가 카두케우스 연작으로 자기만의 우주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응원해 본다. 이미 배명훈 작가가 "타워"로 워낙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룩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시도는 앞으로 쓰여질 작품의 짜임새를 높이고 바탕을 더 키워 줄 수 있을 터이다.

<꿈꾸는 개발협력? 꿈 밖의 현장!>
KOICA 민관협력실, 한울, 2013

국제개발협력 NGO 관계자들이 르완다, 네팔, 케냐, 몽골, 에티오피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두 발로 뛰어다니며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놓은 책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민관협력실이 엮어내긴 했지만 여기에는 의례적인 홍보성 내용보다 진솔한 고백이 더 많이 담겨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남을 돕겠다고 발벗고 나섰지만 선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장에서의 어려운 사정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이든 관이든 장기든 단기든 개발협력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좋은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준 사람은 저자 중 한 명인 이상훈 선교사다. 르완다에서 지옥도 같은 대량학살이 벌어지던 1994년 르완다 인접국에서 난민구호를 하면서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이 선교사는 아프리카를 누비며 짝을 만났고, 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그는 르완다에서 학살의 피해자였던 투치족 군인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국경 밖에서 후투족을 먹여 살려놓았기 때문에 지옥 같은 내전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이 그를 당황시켰고, 깊은 고민에 빠뜨렸으며, 종국에는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표지는 그의 첫째딸이 그렸다. 두 아프리카 아이가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얼른 낙관하기보다는 어려운 일이고, 얼른 비관하기보다는 간단한 일이다. 희망을 떠올리기 어려운 날, 나는 이상훈 선교사 가족을 만나 힘을 얻곤 한다.

"지금 저희 가족이 살고 있는 르완다는 지난 19년간 구호개발의 일꾼으로 살아온 제 경력의 출발점이 되는 곳입니다.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긴급구호팀의 일원으로 이 나라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1997년에는 수도 키갈리에 근무하며 전쟁피해 복구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당시에는 건물마다 총탄을 맞은 흔적들이 잔뜩 남아 있었고 한밤중에 자동소총의 연발음도 들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당시 르완다에서 유일한 중국식당에서 르완다 정부군 소령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소령은 제가 1994년 인접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구 자이르) 고마라는 지역에 있었던 르완다 난민촌에서 구호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서는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한 채 식사를 중단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말실수를 했는가 싶어서 당황해서 이유를 묻는 저에게 투치족 소령이 해준 대답은 마치 제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국경 밖에서 후투족을 먹여 살려놓았기 때문에 지옥 같은 내전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분명 자기 부족의 입장만 생각한 편견이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주장이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1962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후 후투족과 투치족, 두 부족의전쟁으로 몇십만 명씩 떼죽음을 당한 것만 해도 서너 번입니다. 1994년 내전으로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내어 가장 짧은 기간에 재래식 무기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기록한 예로 기네스북에 이름이 오른 나라입니다. 오랜 기간 서로 복잡하게 얽힌 원한과 증오의 관계 속에서 제3자는 이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뭔가 빈약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질문과 회의에 빠져 소령의 가족이 떠난 식당에 혼자 한동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pp23-24

<미국 쇠망론(That Used To Be US)>
토머스 프리드먼 및, 마이클 만델바움, 강정임 및 이은경 옮김 21세기북스, 2011

중동 전문가인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외교정책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 마이클 만델바움 교수의 공동 저작물이다.
우선, 몇 가지 흥미로운 인용이 있다.

You can always count on the Americans to do the right thing - after they tried everything else. (Winston Churchill)
There are only two tragedies in life: one is not getting what one wants, and the other is getting it. (Oscar Wilde)

<That Used To Be Us>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은 미국이 예전과 같은 활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 인용은 이 책의 줄거리를 잘 요약해 준다.

"미국은 공산주의를 무너뜨리면서 20억 이상의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생략) 나머지 사람들은 냉전에서 승리한 국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들처럼 살고 싶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바로 미국이 만들어낸 세계이다. (생략) 그러나 '새로운 미국인'이 너무나 많이 생기면서 미국 땅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자본과 직장을 놓고 이들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 이 상황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인들이 훨씬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생략) 지금 미국은 1950년대, 심지어 1930년대에 건설한 다리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지금 미국은 링컨이 인가했던 대학들을 축소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의 우주선 발사로 고무되었던 과학자들과 그의 비전에 자극받은 1970년대 미국 이민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지금 미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메리칸 포뮬러를 개선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나라의 현 상태에 경종을 울리면서 변화를 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한국에 관해서 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한국>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후자는 외국인이 썼다는 점이고, 한국에는 돌아가야 할 영화로운 과거 같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결국 두 저서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셈인데, 그럼에도 한 책이 다른 책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과 독자를 향한 호소의 톤이 매우 흡사하다는 데 있다.

이 책의 공저자는 미국에서 느린 쇠퇴가 일어난 이유를 4 가지로 꼽는다.
(1) 냉전이 종식된 이후부터 미국의 지도자들은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와 "이런 세상에서 번영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하루를 시작하던 것을 중단했다.
(2) 미국은 한 국가로서 지난 20년 동안 교육, 적자와 부채,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당면 현안들을 풀지 목하고 있다.
(3) 미국의 위대함에 바탕이 되어 왔던 전통적인 아메리칸 포뮬러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있다.
(4) 미국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바로잡거나 강건함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정치체계가 마미되고 가치체계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는 다섯 가지의 아메리칸 포뮬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공교육을 제공하는 것
(2)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현대화하는 것
(3) 이민자들을 위한 문을 언제나 개방하는 것
(4) 기초 연구와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5) 민간 경제활동에 대해 필요한 규정들을 갖추는 것

다음은 인용 몇 개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전환되는 시점과 때를 같이 해서 진해오디는 세계화와 정보기술혁명이 겹쳐지면서 모든 직업, 모든 산업, 모든 서비스, 모든 위계적 질서가 바귀고 있다"라는 하나의 짧은 평서문에서 시작해보자. 이 결합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경제 질서와 정치적 현실을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창조해냈다. 세계화와 기술이 통합되면서 좋은 직업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이와 동시에 모든 직업을 얻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졌다. 이를 통해 정치는 더욱 투명해졌고 세계는 더욱 가깝게 연결되었다. 또한 독재자는 공격받기 쉬워졌고 개인과 소규모 그룹은 이전보다 많은 권한을 지니게 되었다. p91

"오늘날 노동시장은 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점차 두 부문으로 통합되고 있다. 첫 번째 부문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비정례적 직업들이 포함된다. 비정례적 직업이란, 그 기능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컴퓨터나 로봇에 프로그램을 입력하거나 손쉽게 디지털화하여 외부로 아웃소싱할 수 없는 직업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에는 비판적 사고나 추리력, 추상적인 분석 능력, 상상력, 판단, 창조성, 그리고 종종 수학이 필요하다. 또한 상황을 판단하고 판단을 근거로 추정하며 새로운 것, 예컨대 참신한 제품, 신선한 통찰력, 새로운 서비스, 신규 투자, 익숙한 일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 또는 기존 기업들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할 새로운 일 무언가를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비정례적 업무는 일반적으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금융가, 기업체 중역, 주식 및 채권 트레이더, 회계사, 연기자, 운동선수, 과학자, 의사, 변호사, 예술가, 교수, 건축가, 시공업자, 요리사, 전문 기자, 편집자, 정교한 기계 조작자, 혁신가의 영역이다.
  비정례적 업무는 세계화와 정보통신기술혁명의 결합에 의해 밀려나기는커녕 한층 더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스스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구글을 사용하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윈도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또한 온라인 광고, 포스터, 애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하고 영화를 편집하거나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이들은 스스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숫자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사용하고 거래와 정보 수집에 휴대폰을 사용한다. 이들은 이 모든 일을 스스로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그 어떤 비서, 사원, 업무 보조자보다도 더 빨리, 더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다. 당신이 이처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비정례적 직업에 종사한다면 세계화와 정보기술혁명은 당신의 생산성을 높이고, 전 세계가 당신의 능력을 탐내도록 하고, 당신에게 분명히 더 높은 보수를 제공해주는 좋은 친구 역할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 범주는 정례적이며 중간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으로 화이트칼라 또는 블루칼라 중 표준화된 반복적인 업무를 포함한다. 이 범주에는 공장의 조립 라인 업무, 은행 또는 증권회사 업무지원 부문에서의 계수업무와 서류 정리, 신문에 게재할 정기 보고, 인터뷰 또는 의사 진단서 옮겨 쓰기, 상사를 위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작성, 통상적인 판매, 전화하기 또는 분실된 수화물 추적 등이 포함된다. 이 범주는 세계화와 정보통신 혁명의 결합에 의해 폐허로 변하고 있다. 예컨대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업무와 같이 알고리즘으로 변환할 수 있는 업무는 디지털화 및 전산화되거나 훨씬 더 저렴한 노동시장으로 인테넷을 통해 아웃소싱 되고 있다. 엑스레이 판독이나 세무 신고서 작성처럼 규칙화할 수 있는 일부 고급 기술 업무도 이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세계화와 정보기술혁명으로 이러한 업무는 정보단위로 전환하여 광섬유를 통해 밤사이에 인도로 전송한다. 그러면 그곳에서 임금 수준이 낮은 방서선과 의사나 회계사가 업무를 처리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동일한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세계화와 정보통신 혁명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종류의 일상 업무에도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직접 차에 기름을 넣게 될 것입니다.' 스탠포드 국제연구소 소장인 커티스 칼슨이 덧붙인다. '우리가 스스로 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고 조정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장보기, 전화교환, 조수와 같은 서비스들은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이는 주로 비용 때문이지만 통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때문에 이런 방식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잡화점 계산대에 왜 판매직원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사실 별로 필요하지 않다. 이것이 CVS 파머시가 모든 계산대를 자동화한 이유이다. 교육을 잘 받은 직원 한 명이 당신과 컴퓨터 계산 기계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당신이 스스로 계산을 하게 되었다.
  카츠와 아우터는 '표준화된 일련의 계산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실질비용은 1850년과 2006년 사이에 1조 7000억 분의 1 이하로 감소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하면서, 예일대학교 경제학 교수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말을 인용했다. 카츠와 아우터는 백서에서 '그 결과 전통적인 중간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서 고용이 급락했다. 대표적인 중간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직업에 해당하는 4개 직종 즉, 판매직원, 사무직원, 생산직원, 직공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79년 57포센트에 달했으나 2009년에는 4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고 썼다. 그리고 그 추세는 분명히 내리막을 향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세 번째 범주에는 사무실, 병원, 쇼핑센터, 레스토랑, 건설 현장, 공장 등에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비정례적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포함된다. 이런 업무에는 비판적 사고나 고학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업무를 하는 노동자로는 치과의사 보조원, 미용사, 이발사, 웨이트리스, 트럭 기사, 조리사, 제빵사, 경찰관, 소방관, 건설 노동자, 배달원, 배관공, 전기기사, 가정부, 택시 기사, 안마사, 간호사, 요양원에서 일하는 건강관리조무사가 있다. 이런 일자리는 로봇이나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 인도나 중국에 있는 사람이 빼앗아 갈 수도 없다. 비정례적 단순노동자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임금을 얼마나 받을지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지여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3가지 직업 범주를 종합해보면 왜 전문가들이 노동시장 '양극화 현사아'을 얘기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비정례적 전문직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 오히려 더 윤택해졌다. 비정례적 단순노동직은 지역 경제 상화오가 개인 역량에 따라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정례적 업무를 수행하던 화이트칼라 및 블루칼라는 임금이 감소하거나 아예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추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고학력 노동자와 수작업 또는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저학력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 최종적으로 고용 기회의 부분적 공동화 또는 양극화가 발생했다.'라고 카츠와 아우터는 결론 내리고 있다.
  전 헤지펀트 매니저이자 <사람을 없애라>의 저자인 앤디 케슬러는 월스트리트 저널 2011년 2월 17일자에 새로운 노동시장 유형 분류체계를 제안하는 글을 실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나누던 분류는 잊어라. 우리 경제에는 창조자와 제공자, 두 부류의 노동자가 있다. 창조자는 프로그램을 코드화하고 전자칩을 설계하고 신약을 개발하고 검색엔진을 운영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부류이다. 반면 제공자는 집을 짓고 음식을 제공하고 법률 조언을 제안하고 차량 관리국에 근무하면서 창조자와 다른 제공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공자 중 많은 부분이 기계, 컴퓨터, 사업 운영 방식 변경으로 대체될 것이다'
  창조자와 제공자라는 이분법은 모든 노동자가 자문하게 될 가장 중요한 질문에 주의를 집중시킨다. 나는 창조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하는 업무에 여분의 초콜릿 소스, 생커림, 체리를 더하고 있는가?
  오늘날 노동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츠, 아우터, 케슬러의 견해를 종합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노동시장을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창조적인 창조자'로서 비정례적인 업무를 독특하고 두드러진 방법으로 수행하는 사람들 즉, 일류 변호서, 회계사, 의사, 연예인, 작가, 교수, 과학자들이다. 두 번째는 '평범한 창조자'로 비정례적인 업무를 평범한 방법으로 수행하는 사람들 즉, 평균적인 변호사, 회계사, 방사선과 의사, 교수, 과학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창조적인 제공자'로 비정례적인 자기 업무를 멋진 방법으로 해내는 단순노동자들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조리법과 디자인을 개발한 제빵사, 특출한 대인관계 기술과 간호 능력을 갖춘 요양원 간호사, 호주산 카베르네 와인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감탄시키는 소믈리에가 있다. 네 번째는 '평범한 제공자'로 평범한 서비스 업무를 특별할 것 없는 펑범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주의할 것은 의사, 변호사, 기자, 회계사, 교사, 교수와 같은 '비정례적' 업무를 한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비정례적 업무를 평범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면 즉, '평범한 창조자'에 속한다면 아웃소싱, 자동화, 디지털화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경제 불황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될 것이다. 직접 사람과 마주해야 하는 업무를 하는 제공자라고 해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노동자 역시 아웃소싱, 자동화, 외국인 노동력, 디지털화의 위렵을 받을 수 있고 불황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될 것이다.
(생략)
  '요즘 어떤 직원을 찾고 있습니까?' 4개 회사에 이 질문을 했다. 인도에서 단순 화이트칼라를 고용하려는 회사, 워싱턴에서 전문 화이트칼라 변호사를 고용하려는 회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역에 배치할 군인을 고용하려는 미국 육군, 세계 도처에서 블루칼라를 고용하려는 회사(듀폰)가 바로 그들이다. 어떤 분야의 직원을 고용하려는지와 상관없이 이 고용주들은 비슷한 답변을 했다. 이들은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틀에 박히지 않은 복잡한 업무와 씨름할 수 있으며 회사 내에서 또는 국제적으로 팀원과 협력하여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채용 전 면접 대상자를 고르기 위한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가 인터뷰한 고용주들은 이런 모든 조건을 '기본' 즉,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기가 고용한 모든 직원이 우리가 앞에서 '창조적인 창조자' 또는 '창조적인 제공자'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과 동일한 맥락에서 스스로를 평가하는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주어진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회사를 발전시키고 다듬고 재창조할 인재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고용주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직원에게 원하는 특성을 들으면서 우리는 초연결 세계에서 경쟁하고 번창할 수 있도록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바랐던 적은 없엇죠.' 회사 중역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는 기업인 LRN의 CEO 더브 사이드먼이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 정상에서 휴대폰으로 '엄마,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맞춰보세요'라는 전화를 걸길 요구합니다. 오늘날 초연결된 시장에서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들로 이루어진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개인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야 하죠' pp124-133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21세기북스, 2013

이 책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That Used to Be US>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경종을 울리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그러나 상반되는 점도 뚜렷하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과거에 비해 현주소가 초라해졌다는 경고음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원하는 것이고,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의 과거에 비해 현재가 비교할 수 없이 유리해 졌다는 사실을 한국인에게 깨우쳐주고 싶어 한다. 그보다 더 큰 차이점은 전자가 미국의 관한 자국민의 자성이고, 후자는 한국에 관한 외국인의 충고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재능이 약하다. 자존감과 자기비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왜 그다지도 어려운가? 이유가 한 가지만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그 중 하나는 지적인 게으름 탓이 아닐까. '꿈꾸는 유목민'이라는 김수영씨를 인터뷰한 신동아의 아래 기사를 보면서 크게 공감했다.

“헬조선 같은 조어가 유행하잖아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게, 밖으로 나가면 기회가 정말로 많아요. 외국에 나가서 뭘 한다는 게 언뜻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힘든 거나 외국에서 힘든 거나 힘들기는 똑같은 반면 기회는 바깥 세상에 더 많아요. 한국은 성숙 단계의 나라인데, 성장 단계의 국가에 가면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성장 단계인 나라가 더 이득이고요. 라오스나 베트남에 가면 예금 금리가 10%를 훌쩍 넘습니다.
요즘 아프리카가 중국인 판으로 바뀌고 있어요. 중국인의 해외 진출이 정말 장난 아니에요. 다들 아프리카로 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에 기회가 널려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상황이 맘에 들지 않을 때 선택지는 세 갈래일 겁니다. 첫째는, 떠난다. 둘째는, 바꾼다. 셋째는, 불평하면서 그냥 산다. 세 번째가 제일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해요. 능력 범위에서 상황을 바꾸든지, 그게 아니면 새로운 곳을 찾아가 나만의 낙원을 꾸려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이 대목에서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인용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가 작용하는 양상을 설명하고자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구분했다. 매슬로에 따르면 각 욕구는 우성 계층(hierarchy of prepotency) 순으로 배열됐으며,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 위치한 욕구가 충족돼야만 상단부의 욕구가 나타난다.
“헬조선에 태어났다면서 다 같이 불평, 불만만 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80개국을 쏘다니면서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를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한국은 자아실현을 못해서 난리인 거거든요. 자아실현 탓에 아파하는 단계라는 점은 사실 축복받은 상황인 거예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존 자체를 두고 고민합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가보면 안전이 가장 시급한 욕구고요.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환경에서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려고 노력해요. 청년들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신동아 2016년 2월호 <‘꿈꾸는 유목민’ 김수영> http://shindonga.donga.com/3/all/13/522059/1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
오준, 오픈하우스, 2015

주유엔대사를 역임하면서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맡아 봉직하고 있는 오준 대사의 수필집이다. 이 책은 장르를 밝히기가 어려운 책이다. 젊은이들을 향한 권면의 말이 있고, 오대사 자신이 뉴욕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하루 동안 벌어진 일,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하면서 경험한 일이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한 대목을 연상시키는 개미 미카의 모험담도 포함되어 있다. 개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알레고리조차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다.

어린 시절 배수지에서 낙타를 보았다는 그의 짧은 몇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단편소설의 소재가 됨직 한데, 저자의 글은 좀처럼 사실의 묘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느낀 저자의 성품이다. 그는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드라마타이즈하지 않는다. 그의 말도 그의 글처럼 짧고, 명료하고, 직선적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관한 기억 중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할머니의 환갑잔치를 아리랑고개의 신흥사라는 곳에서 했는데, 100명쯤 되는 하객이 모였던 것 같다. 당시 은행원이셨던 외삼촌이 가족을 대표해서 환갑연에 오신 분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별로 차린 것도 없고 바닥에 앉는 좌식으로 모셔서 죄송스럽지만,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라는 취지의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학시절 우리 집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어릴 때부터 스스럼없이 가깝게 보아온 외삼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침착하게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 너무 놀랍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도 언젠가 저렇게 환갑찬치를 할 것이 장남인 내가 외삼촌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사말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되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생각은 내가 20대 시절 오대사를 직속상관으로 모시고 일할 때 그가 여러 높은 분들을 앞에 앉혀두고 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들었던 좌절감과 매우 비슷하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어떤 상황에도 긴장하는 법이 없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도 평상시 말투와 달라지는 법이 없다. 그 자연스러움으로, 그는 보고를 받는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2014년말 안보리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 관련 연설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의 말투도 그러했다. 이 책의 독자들이 책이 지닌 울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런 평상심, 그의 언행의 평이함이야말고 그의 비범함의 표현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옆자리에 앉아서 자상하게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의 원래 목적이었을 것이다. 저자가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여러 해에 걸쳐서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나는 저자가 "가급적 지키려고 하는 삶의 습관 7가지"를 잘 지키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할 증인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1. 무엇에나 의문을 가진다.
2. 소중한 것에 시간을 준다.
3. 나에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
4.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
5.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집중과 전환을 생각한다.
6. 중요한 승부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7. 힘들고 어려울 때는 멀리 떨어져 나를 본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Neither Here Nor There)>
빌 브라이슨, 권상미 역, 21세기북스, 2008

빌 브라이슨의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그의 여유만만함을 닮고 싶다. 같은 것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의 다른 방식 중, 브라이슨의 방식은 언제나 조금 더 즐겁고 따뜻하다.

"독일인들은 유머라면 아주 당혹스러워하며, 스위스인들은 즐길 줄을 모르고, 스페인 사람들은 자정에 저녁을 먹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심성이라곤 전혀 없는 이탈리아 인들은 자동차 발명에 절대로 참여하지 말았어야 한다."

"유럽인들은 하나 같이 너무나 비슷하다. 모두 책을 좋아하고 지적이며, 소형차를 몰고, 오래된 마을의 작은 집에서 살며, 축구를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덜 물질주의적이며, 법을 준수하고, 호텔 방은 춥게 하면서 음식점이나 술집은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동시에 예상치 못한 측면에서 서로 너무나 다르기도 하다."

<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어할까(Anatomy of Love)>
헬렌 피셔, 최소영 역, 21세기북스, 2009

"The Natural History of Monogamy, Adultery, and Divorce"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두 명의 친구를 뇌파기록장치에 연결해 뇌파를 측정해 봤더니, 두 사람이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는 뇌파까지도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신은 가족들이 대화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손으로 대화를 지휘할 수 있다. 보통은 강한 음절에 박자가 맞는다. 심지어 침묵에도 장단이 맞는다. 한 사람이 입을 톡톡 두드려 닦으면, 때맞춰 다른 사람이 소금통에 손을 뻗는 식이다. 휴지와 당김음, 낮은 목소리와 들어 올린 팔, 이러한 것들은 사랑의 맥박뿐 아니라 생활의 맥박도 더욱 약동하게 한다. 서로서로 박자를 맞추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다른 많은 동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리드미컬한 흉내 내기와 닮아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모순된 정신'을 갖고 살도록 저주를 받은 것 같다. 진실한 사랑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그런 사람을 발견해서 정착해 놓고, 어느새 그 마법의 효력이 떨어지면 다시금 정신적 방황을 하기 시작하니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우리의 고충을 명쾌하게 요약해 주었다. "인생에는 두 가지 크나큰 비극이 있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것이다."

"Love is a state of mind which has nothing to do with the mind - Bob Philips"

"실제로 사랑의 도취와 애착이 아주 오래된 감정이라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앞서 말한 바 있듯이 마이클 리보위츠는 사랑으로 인한 황홀감과 에너지가 뇌의 감정중추에 고이는 천연 암페타민 성분에 의해 야기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그 때문에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토록 낙관적으로 변하며, 그토록 사교적이고 생기가 넘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뇌는 더 이상 이런 지속적인 활성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신경종말이 천연 암페타민 물질에 면역이 되거나 지쳐 버려서, 환희의 감정이 시들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몇 주나 몇 달밖에 뜨거운 연애 감정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여 먹이로 삼는 초록 눈의 괴물이다' 셰익스피어는 질투심 - 소유욕과 의심이 뒤엉킨 인간의 지독한 고뇌 -을 이처럼 선명한 비유로 표현했다.  질투심은 남녀 간의 관계에서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랑에 홀딱 빠져드는 매혹의 단계나 안온하고 아늑한 애착의 단계에서도, 바람을 피우는 동안에도, 심지어 헤어지거나 버림을 받은 이후에도 초록 눈의 괴물은 찾아올 수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민음사, 2013

정신을 집중하며 끝까지 읽어냈는데도, 얻을 것을 찾지 못한 책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감정 과잉 상태가 아닐까.

<타인의 영향력(The Power of Others)>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5

「대중의 지혜」와 연관지어서 생각해볼, 쓸만한 인용 몇 가지를 적어 둠.

대체로 우리 감정은 우리에게 직접 벌어진 사건에서 발생한다. 봄 햇살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곧 다가올 프레젠테이션을 생각하며 초조해하거나,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억하며 슬퍼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친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p34 - 밈의 유통과정

커크 더글라스는 1956년 영화 <열정의 랩소디(Lust for Life)>에서 연기한 빈센트 반 고흐에게 위태로울 정도로 밀착되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나는 도를 넘어서, 반 고흐의 피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외모만 반 고흐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살했을 때와 나이도 같았다. 가금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무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미쳐가는 것이다." p37

정보 쏠림 현상은 정보를 토대로 하지만 감정에 좌우된다. 던컨 와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 집단의 구성원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은 문화적으로 공통된 참조 대상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같은 노래와 영화, 스포츠, 책을 좋아하면 이야깃거리가 생길 뿐 아니라, 나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는다. p47 - 문화제, 밈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은 줄곧 이런 종류의 전염성 있는 생각에 취약했지만, 오늘날에는 점점 더 심하게 휘둘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뉴브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보와 감정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왜곡하는 (그리고 우리가 위험에 대해 합당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생생하고 감정적인 영상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뒤 1년 동안 많은 미국인이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믿고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여행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에 자동차 사고로 1600명이 더 사망했는데, 이는 비행기 납치로 죽은 희생자의 6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p49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40년도 더 전에 만든 집단사고라는 용어를 집단에 규범에 동조해야 하는 압력에 의해 "정신의 효율성, 현실 검증, 도덕적 판단이 악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심리학자인 재니스는 미국의 중독 전문 병원에서 심한 흡연자 집단을 연구하면서 집단사고의 독특한 현상을 처음 접했다. 그는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수를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결속력을 다지면서 금연 치료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길로 돌아가야 하는 날을 미루려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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