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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된 세계(World Restored)

posted Feb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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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restored.jpg

 

- 1957, Henry Kissinger 저, 2014, 박용민 역, 북앤피플

프랑스 혁명은 유럽에서 국가의 관념을 바꾸었다.  그리고 혁명은 그것을 일으킨 사람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폴레옹의 집권과 전 유럽을 휩쓴 전쟁으로 이어졌다.  1803년부터 1815년 사이에 벌어진 ‘나폴레옹 전쟁’은 유럽의 근대국가가 현대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겪은 혹독한 성장통이었다.  이 전쟁의 여파로 유럽에서 국민개병제가 일반화 되었고, 프랑스에서 군주제가 부활했으며, 신성로마제국은 해체되었고, 영국은 다가올 한 세기를 선도할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 책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하버드대 박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출간된 <A World Restored: Metternich, Castlereagh, and the Problems of Peace 1812-22>(1957년, The Riverside Press)의 번역본이다.  키신저는 이 책을 통해서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패함으로써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하던 1812년부터 10년간의 유럽 정치사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것은 유럽 국가들이 복잡다단한 외교를 통하여 새 질서를 인위적으로 수립해 가던 기간이었다.  미숙한 눈이 ‘왕정의 복고’라는 반동적 현상만을 관찰하기 쉬운 지점에서, 키신저는 평화를 지탱할 원칙이 형성되었음을 보았다.  회복된 구질서의 외관은 얼마 가지 못했지만, 이 기간에 마련된 원칙은 이후 백년 간 평화를 지탱했다.

  이 논문이 쓰인 1954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되던 시절이었다.  ‘정통성(legitimacy)이 무너진 곳에 전쟁이 찾아온다’는 키신저의 명제는 구성주의 정치학(constructivism)에서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그것은 종종 ‘안정이 사라진 곳에 불안정이 찾아온다’는 식의 동어반복적 표현으로 오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오해는 ‘정통성’이라는 관념이 국가 구성원들의 심리 상태와 깊은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케인즈가 경제학의 대양에서 ‘기대(expectation)’라는 열쇠를 건져낸 것처럼, 키신저는 질서를 가능케 하는 심리적 요소에 착안했고, 그것을 정통성이라고 불렀다.

  저자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회복된 세계>에 기술된 내용은 오늘날에도 크나큰 함의를 가진다.  2013년 현재, 지금까지 국제질서를 지탱해 오던 정통성은 강하고 집요한 도전에 직면하여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튼 우즈 체제와 그 변용을 통해 유지해 오던 국제금융체제가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핵 비확산체제도 근간을 유지하기 버거워 보인다.  특히 동반구의 여러 곳에서는 수십 년간 현상유지 양상을 보이던 육지와 해양에서의 경계와 관련된 문제도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 직후 유럽 국가들이 정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유럽은 역사상 가장 긴 평화를 누렸다.  그러나 모든 오늘은 어제의 업보이고, 모든 내일은 오늘의 업보다.  오래도록 유지된 평화는 전쟁의 고통을 망각의 강 저편으로 떠내려 보냄으로써 각국의 무분별한 군비경쟁을 촉발했고, 결국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긴 평화의 시대를 누린 후 군비경쟁이 심화되는 현상은, 불행한 일이지만, 2010년대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낯설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교훈은 어쩌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1950년대보다 오늘날 더 큰 적실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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