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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용(The Dragons of Eden)

posted May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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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용(The Dragons of Eden)

- 1977, Carl Sagan, 2006, 임지원 역, 사이언스 북스

 

    1996년에 작고한 칼 세이건은 천문학자라고 불리기 앞서서 과학작가라고 불리워야 한다. 그만큼 그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크다. 그는 외계의 생명체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과학소설과 영화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후에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조디 포스터 주연 영화 <Contact>는 그에게(‘For Carl’) 헌정되었다. 그는 언제나 세속적 물음들을 중시 여겼고, 과학적 방법론이 인간사회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브루클린 태생의 유태인인 세이건은 시카고 대학에서 천문물리학을 전공했고 코넬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파물리학 우주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그의 삶은 한 사람의 강렬한 관심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외계 생명체에 크나큰 관심을 가진 그는 50년대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이끈 과학자들 중 하나가 되었다. 태양계 탐사 무인우주선에 외계생명체에 전하는 메시지를 탑재하도록 만든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금성의 뜨거운 대기상태를 옳게 예측한 첫 과학자였으며, 토성의 위성들이 바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과학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계의 생명체 존재가능성을 역설한 대중저서와 TV 다큐멘타리 <Cosmos>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집요하게 과학계를 설득한 결과 외계에 전파 메시지를 쏘아올리는 프로젝트를 실현해낸 사례는, 그가 엄정한 과학자인 동시에 꿈을 쫓는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대마초 흡연이 지성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준다고 믿었고, 대마초 합법화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의 문체는 꿈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사람의 부푼 희망으로 물들어있다. 이상하지 않게도, 그의 글에서 과학적인 추론과 깊은 통찰 사이사이로 내비치는 그의 열정은 건물 옥상에서 외계인과의 조우를 기다리는 사이비 종말론 집단의 괴팍함을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닮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이 ‘사이비과학’이라고 부른 일련의 태도와 오랜 싸움을 지속했지만, 핵전쟁으로 인한 핵겨울의 위험이나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괴팍한 과학자로 비칠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을 사이비 과학자처럼 묘사하는 농담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의 경고들이 지금에 와서는 주류과학자들의 다수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일종의 선도차(bandwagon) 노릇을 했던 셈이다. 환경보호의 열정에 치우친 나머지 환경재해의 피해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일에 있어서조차 그는 본의 아니게 선구적인 역할모델이 되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는 보여주었지만)

 

    1977년에 출간되여 퓰리처 상을 수상한 <The Dragons of Eden>는 인간 지성의 진화에 관한 책으로, 인류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컴퓨터 공학 사이를 넘나드는 세이건의 유연한 지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을 때 “에덴의 용”이라는 소재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비유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이건은 이 책에서 성서의 내용과 과학적 증거들을 자주 비교하고 있지만 자연신론자임에 틀림없는 그가 그러는 것은 신심 깊은 독자들을 꼬드기거나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비유가 재미있다고 여겼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가 인간 두뇌 속의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R-복합체를 설명하면서 펼치는 상상력은 과학적이기 보다는 문학적인 것에 해당한다. 이런 그의 눈높이에 맞추어 읽는다면, 이책은 인간의 뇌를 한 바퀴 둘러보는 여행의 훌륭한 관광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좌뇌와 우뇌가 작동하는 특이하고 흥미로운 방식을 쉽게 설명해 준다. 참고로, 좌뇌와 우뇌의 역할에 관한 최근의 연구성과들을 이용하여 그림 그리기에 관해 설명한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나, 남녀간의 차이에 관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한 Allan & Barbara Pease의 <Why Men Don't Listen and Women Can't Read Maps>도 이 책의 논지를 보완해 주는 재미난 책들이다.

 

    만일 뇌가 단 하나의 시냅스만을 가지고 있다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멍청한 상태이겠지만) 그 사람은 단 두가지의 심적 상태를 갖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단 두 개의 시냅스를 갖는다면 22=4, 즉 네 개의 심적 상태를 갖게 된다. 시냅스가 세 개이면 23=8, 이런 식으로 일반적으로 N개의 시냅스가 있으면 2N개의 상태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약 1013개의 시냅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가 가질 수 있는 상태의 수는 2를 1013번만큼 곱해 준 수. 즉 2의 1013제곱 개다. 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수이다. 심지어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기본 입자(전자와 양성자)의 수도 이에 훨씬 못 미치는 2의 103제곱 개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뇌가 취할 수 있는 기능적 구성 상태의 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심지어 같이 태어나 같이 자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할지라도 완전히 동일한 순간이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뇌의 구성 산태의 가능한 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크다 보니 인간 행동에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이 도사리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놀라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신피질(cerebral cortex, neocortex)에는 놀라울 정도로 기능 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읽기와 쓰기, 또는 문자를 인지하는 것과 숫자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비슷한 기능이라는 일반의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발표되지 않은 연구 가운데에는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수동태 문장, 아니면 전치사 구문, 아니면 소유격만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사례들을 다룬 것도 있다. (어쩌면 언젠가 뇌에서 가정법을 관장하는 영역의 위치도 발견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영어의 가정법에 해당하는 접속법을 영어 사용자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사용하는 라틴계 사람들은 이 조그만 뇌 구조가 엄청나게 발달했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쪼그라든 것으로 발견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특별히 생동감 넘치거나 너무나 무섭거나 지혜로 가득하거나 그 밖에 어떤 면에서든지 기억해 둘 만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깨어나 “아침에도 이 꿈을 꼭 기억해 내야지.”하고 생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이면 꿈의 내용이 단 한 조각도 생각나지 않거나 그 꿈에 담긴 정서의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깨자마자 옆에서 자고 있는 배우자를 깨워서 꿈의 내용을 이야기해 준 경우에는 이상하게도 이튿날 꿈의 내용을 잘 떠올릴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꿈에서 깼을 때 꿈의 내용을 글로 적어 놓는다면, 이튿날 그 메모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꿈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다. 여러분이 전화번호를 듣고 단순히 그 번호를 생각해 보기만 한다면 번호를 깡그리 잊어버리거나 숫자의 순서가 뒤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큰 소리로 말해보거나 종이 위에 써 본다면 나중에도 잘 기억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에는 생각이 아닌 음성과 이미지를 기억하는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리와 동료들은 양쪽 반구가 분리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 반구에 제각기 다른 자극을 가하는 일련의 정밀한 실험들을 수행했다. 한 실험에서 환자 앞에 놓인 화면에 hat와 band라는 단어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hat라는 단어는 환자의 좌시야에, band라는 단어는 우시아에만 들어오도록 되어 있었다. 환자는 band라는 단어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어도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그의 능력의 한계에서는 그의 우반구가 hat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슨 band냐고 묻자 환자는 갖가지 추측을 해서 대답했다. outlaw band, rubber band, jazz band 등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실험에서 환자에게 자신이 본 것을 써 보라고 하자, 그는 hat라는 단어를 종이 위에 끄적거렸다. 환자는 자신의 손동작으로 미루어 자신이 뭔가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뭘 쓰는지 보지 못하도록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정보는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좌반구에 도달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글로슨 쓰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졌다.

 

    우리가 우반구의 기능을 인식하는 것은 낮에 별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낮에는 태양 빛이 너무 환하기 때문에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고 나면 우리는 별들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덧붙은 좌반구의 놀라운 언어 능력이 직관적인 우반구의 기능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있는 셈이다. 이 우반구의 직관이라는 기능이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세계를 지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좌반구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우반구는 동시에 처리한다.

 

    좌우 기능 분화는 어린이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들은 언어와 관련된 소리는 왼쪽 귀로, 비언어적 소리는 오른쪽 귀로 들을 때 더 잘 이해한다.... 어린아이들을 평균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물체를 왼쪽에 있는 동일한 물체보다 더 많이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이게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오른 쪽 귀보다 왼쪽 귀에 더 큰 소리를 들려주어야 했다.

 

    오른쪽은 합법성, 올바른 행동, 높은 윤리적 원칙들, 단호함, 남성성 등의 수사와 관련되어 있다. 반면 왼쪽은 약함, 비겁함, 목적의 분산, 사악함, 여성성 등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 영어의 rectitude, rectify, righteous, right-hand man, dexterity, adroit, rights 등의 단어와 the rights of man, in his right mind 등의 어구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ambidextrous라는 말조차도 결국은 ‘오른손을 두 개 가진’이라는 의미다. 다른 한 편에서 볼 때 왼쪽은 sinister, gauche, gawky, gawk, left-handed comliment 등의 단어나 어구와 관련이 있다. 러시아어로 왼쪽을 뜻하는 nalevo라는 단어는 ‘은밀한, 부정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탈리아어로 왼쪽을 뜻하는 mancino는 ‘속임수를 쓰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Bill of Rights이지 Bill of Lefts가 아니다!

 

    우반구보다 좌반구를, 왼손보다 오른손을 열정적으로 선호하는 강렬한 경향은 마치 피 터지는 전쟁 끝에 간신히 이긴 편이 전쟁 당사자들 및 관련 현안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미래의 세대들이 헷갈리지 않고 어느 쪽에 충성을 바쳐야 할지를 확실히 해 두는 관행을 연상시킨다. 레닌의 당이 러시아의 사회주의 세력의 한 분파에 지나지 않던 시절, 레닌은 자신의 당에 볼셰비키 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러시아 말로 다수당이라는 의미이다. 그러자 그 반대편 당은 친절하게도, 그리고 가공할 만한 멍청함으로, 소수당이라는 의미의 멘셰비키 당이라는 명칭을 받아들였다.

 

    웨일스의 카디프에 있는 유니버시티 컬리지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디먼드는 얼마 전 우반구 또는 좌반구에만 영화를 보여 주는 특별한 콘택트렌즈를 이용해서 실험을 수행했다. 물론 정상적인 피험자의 한쪽 반구에 도달한 정보는 뇌량을 통해서 다른 반구에도 전해지게 된다. 어쨌든 여러 편의 영화를 보여 준 후 피험자들에게 정서적 내용에 따라 점수를 매겨 보라고 앴다. 이 실험의 결과는 우반구가 좌반구에 비해서 세상을 더 불쾌하고, 적대적이고, 심지어 혐오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냈다.

 

    편집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음모, 즉 친구나 동료, 또는 정부의 행동에 숨겨져 있는 (악의적인)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 우반구에서 짜맞추어 낸 패턴(음모론 처럼)이 실재하는 것인지 상상의 산물인지는 좌반구의 엄밀한 조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다. 한편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는 창조적이고 직관적인 통찰 없이 단순히 비판적 사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지도, 이루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만일 실험을 거쳐 살아남지 못하는 가설은 모두 솎아내 버리는 관행을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문화적 삶에도 통상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우리의 인간 조건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 영국의 선구적 신경학자인 존 허링스 잭슨은 “꿈에 대해 연구하라. 그러면 미친 것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연구에서 피험자로 하여금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하자, 그는 결국 종종 낮에도 환각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정신분열증은 종종 수면 장애를 수반한다. 그러나 수면 장애가 정신분열증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신분열증의 가장 충격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는 환자의 깊은 불행감과 절망감이다. 그렇다면 정신분열증은 밤에 용들을 안전하게 묶어 놓은 사슬이 풀린 상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용들이 좌반구의 족쇄를 풀어 버리고 환한 대낮의 빛 속으로 뛰쳐 나온 것이 아닐까? 다른 정신질환들은 우반구의 결함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박신경증(obsessive-compulsive) 환자는 직관적인 도약에 이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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