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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Virus!

posted Mar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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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Virus!

- 1996, Douglas Rushkoff, Ballantine Books

 

    단백질 조각들을 일정하게 배열하여 스스로를 복제하는 유전자들처럼, 아이디어도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점에 착안한 사람은 리처드 도킨즈였다. 그가 아이디어의 복제단위를 ‘밈(meme)’이라고 명명한 순간부터, ‘밈 이론(meme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분야는 활짝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밈 이론’에 기초해서 수많은 전문적 연구와 저작들이 쓰여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더글러스 러쉬코프의 <Media Virus!>(1996)라든지 맬컴 글래드웰의 <The Tipping Point>(2000)와 같은 저서들은 대중들의 뇌리에 유난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Media Virus!>의 저자인 더글러스 러쉬코프는 1961년생으로, 테크놀러지와 미디어, 대중문화 전반에 관해 활발한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는 학자이자 저술가다. 미디어를 문화의 진화를 촉진하는 힘으로 파악하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는 다윈주의적(Darwinian)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론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미디어스페이스(mediaspace) 또는 데이터스피어(datasphere)라는 가상공간에서 온갖 소문과 소식이 모이고 가공되고 토론된다. 러쉬코프는 미디어의 소비자들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상대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했다. 사람들은 맥루헌이나 촘스키가 보는 것처럼 조작의 대상인 처지에 영영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말대꾸’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보고 들으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미디어를 만든 사람보다 미디어를 더 잘 이해하고, 전화, 리모컨, 조이스틱, 전화, 돈을 사용하여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L.A.에서 한 흑인이 경찰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캠코더 한 대가 포착하면, 몇 시간 후에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방영되고, 며칠이 지나면 토크쇼에서 인종 문제와 경찰의 도덕성 문제가 토론되고, 몇 달이 지나면 텔레비전에서 드라마가 이 사건을 다루고, 1년도 지나지 않아 관련 비디오 게임과 만화책이 나오는 식이다. 이런 경우 짤막한 비디오가 '미디어 바이러스'에 해당한다.


      “미디어 바이러스는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인체나 공동체를 통해 퍼지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데이터스피어를 통해 퍼진다. 다만 유기체의 순환 시스템이 아니라 미디어스페이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퍼진다. 미디어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나 발명, 기술, 사고 체계, 음악, 시각적 이미지, 과학 이론, 섹스 스캔들, 의복 스타일, 또는 팝 스타까지도 될 수가 있다. 이러한 미디어 바이러스의 껍질은 인기 문화에서 들러붙기 쉬운 대중문화의 구석과 틈을 찾아서 들러붙는다. 일단 들러붙으면 좀더 많은 감추어진 안건을 이데올로기적 코드 - 일반 유전자 정보는 아니지만 개념적으로 똑같은 것으로 '밈meme'이라고 부른다 - 의 형태로 데이터의 흐름에 흘려 넣는다. 이러한 밈들은 실제 유전자 물질처럼 우리의 사업 및 교육 방식, 상호 작용 방식,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에까지 침투한다.”


    미디어 바이러스는 마치 트로이의 목마처럼 기존 매체를 통해 숨어 들어오는 전복적인 미디어 메시지인데, 러쉬코프에 따르면 거기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기업이 제품을 유행시키거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러쉬코프는 '스마트 드럭'의 예를 들었다.) 둘째, 누군가가 자신의 의도에 맞게 가공하여 퍼뜨린 밴드왜건(bandwagon) 바이러스다. (러쉬코프는 AIDS를 이용하여 동성애를 공격한 것을 들었지만, 한국에서의 광우병 파동 같은 것도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셋째,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같이 '자생적'인 바이러스도 있다. 어느 대학교 컴퓨터학과 구석에서 태어난 카오스 수학 이론은 '중국에서 한 마리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만든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계급 제도의 몰락과 같은 수많은 연구 활동에 불을 붙였다.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치적 쟁점을 담은 미디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미디어 세대 활동가들에 대해서 러쉬코프는 적대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는 미디어 바이러스가 주류 미디어에 의한 일방통행적 권력행사와 맞서 싸움으로써 사회의 진보를 가능케 한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체제대항적 아이디어를 ‘바이러스’에 비유함으로써, 러쉬코프는 밈의 확대재생산이 가진 병리학적 위험성을 예감하고 있었거나, 최소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 위험을 예언했던 셈이다.

 

    미디어 바이러스는 본질적으로 소수에 의한 체제전복적 대항행위처럼 보이므로, 사람들은 미디어 바이러스에 대해 덜 방어적이고 쉽사리 신뢰를 보낸다. 이것은 이상한 현대적 권력 도치현상이다. 지배당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다. 이것이 바이러스성 밈(viral meme)이 발휘하는 재주다.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정보통신 환경에 걸맞게, 미디어 바이러스가 엄청난 운동량을 가지고 대중의 삶을 지배하는 사례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등수놀이에서부터 폭탄성 댓글에 이르기까지 온갖 공격적인 인터넷 참여는 물론, ‘아고라(광장)’ 처럼 멋진 이름을 붙인 데이터스피어에 머물지 않고 대중을 광화문 앞의 현실정치적 광장으로 끌어내는 미디어 바이러스의 동원능력도 한국에서는 이미 증명된 가능성에 해당한다.


    <Media Virus!>가 밈 이론에 기초한 미디어 이론이라면, 2007년 재기 발랄한 두 형제 댄 히쓰와 칩 히쓰가 공저한 <Made to Stick>은 ‘밈’을 제조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말하자면 ‘밈 공학(memetic engineering)’이라고나 할까? 오, 맙소사. 이제 21세기는 중고등학생들까지도 밈 공학의 전문가들이 되어 온갖 미디어 바이러스들을 쏟아내는, 그런 시대가 될 모양이다. (이건 어쩌면 인터넷만 뒤져보면 누구나 시한폭탄을 만들 줄 아는 시대가 된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인지도 모른다.)


    히쓰 형제의 <Made to Stick>은 해로운 밈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울 밈 백신 제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필독해야 할 친절한 안내서다. 이 책은 ‘뇌리에 달라붙는 메시지(밈)’를 만들어내는 요령을 여섯 가지로 요약한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줄거리(Story)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여섯 요령의 머릿글자를 모으면 ‘SUCC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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