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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Philosophy

posted Aug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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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Philosophy

- 1926, Will Durant 1961, Simon & Schuster

 

    철학은 인간지성의 사용설명서와도 같은 학문이어서, 그것을 무시하고도 한 평생을 살 수는 있지만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구나 지성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된 관심분야가 뭐냐와 무관하게 위대한 사상가들이 우주와 세계와 삶에 관해서 가졌던 고민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심원한 사상의 바다를 준비운동도 없이 뛰어드는 일은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윌 듀런트의 저서 <The Story of Philosophy: the Lives and Opinions of the Greater Philosophers>는 철학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개론서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가장 품격 있는 개론서에 해당한다. 좋은 개론서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철학에 있어서는 특별히 중요하다. 사상에 있어서 치우친 사람의 삶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것이 되기 마련인 탓이다. 듀런트가 니체에 관해서 쓴 다음과 같은 설명은 철학적으로 균형을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With all his philology, Nietzsche never quite penetrated to the spirit of the Greeks; never learned the lesson that moderation and self-knowledge (as taught by the Delphic inscriptions and the greater philosophers) must bank, without extinguishing the fires of passion and desire, that Apollo must limit Dionysus. Some have described Nietzsche as a pagan; but he was not that: niether Greek pagan like Pericles nor German pagan like Goethe; he lacked the balance and restraint that made these men strong."

 

   <The Story of Philosophy>는 1926년에 출간된 개론서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란시스 베이컨, 스피노자, 볼테르 (및 루소), 칸트 (및 헤겔), 쇼펜하우어, 스펜서, 니체, 베르그송, 크로체, 러셀, 산타야나, 윌리엄 제임스, 존 듀이 등의 사상에 대한 설명과 비평을 담고 있다. 듀런트는 이 책에서 앞선 사상가들의 태도와 이론이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전달되어 다음 사상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우아하게 보여준다. 영미 철학의 전통을 쫓아, 저자인 듀런트 자신은 경험주의적 견지에 서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더더욱 훌륭한 개론서인 셈이다. 이태리인과 프랑스인이 포도주를 만들지만, 가장 훌륭한 포도주 비평가들은 영미인인 것처럼.

 

    "The author believes that epistemology has kidnapped modern philosophy, and well nigh ruined it; he hopes for the time when the study of the knowledge-process will be recognized as the business of the science of psychology, and when philosophy will again be understood as the synthetic interpretation of all experience rather than the analytic description of the mode and process of experience itself. Analysis belongs to science, and gives us knowledge; philosophy must provide a synthesis for wisdom."(The Story of Philosophy, 서문)

 

   크게 보면 철학은 논리학, 미학, 윤리학, 정치학, 형이상학 등 다섯 가지 분야로 나뉜다. 형이상학은 다시 존재론, 철학적 심리학, 인식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The Story of Philosophy>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밝은 항구에만 입항하고 형이상학의 진흙 바다와 신학적 논쟁의 노도의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철학의 매력을 시들어 빠진 추상성과 형식성 속에서가 아니라, 천재들의 생생한 표현 속에서 찾는” 이 책은 여러 철학자의 목소리를 빌려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우리는 철학의 집을 그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구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안내자인 듀런트는 사상의 와류 속에 함몰되지는 않고 일정한 거리를 지켜냄으로써 독자는 사상가가 아니라 학생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그로써 독자의 가슴 속에 (‘philosophy’라는 단어가 뜻하듯) 지혜에 대한 애정의 불씨를 지펴주는 것이다.

 

    윌 듀런트(William James Durant, 1885–1981)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사학자로, 그의 저술활동은 역사와 종교와 철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어려서는 예수회의 사제가 되기를 꿈꿀 정도로 종교에 깊이 몰입했던 그는 돌연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를 탐닉하기도 했었는데, 결혼해서 딸을 얻은 뒤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But when Ethel came, I saw how some mysterious impulse, far outreaching the categories of physics, lifted her up, inch-by-inch and effort by effort, on the ladder of life. I felt more keenly than before the need of a philosophy that would do justice to the infinite vitality of nature. In the inexhaustible activity of the atom, in the endless resourcefulness of plants, in the teeming fertility of animals, in the hunger and movement of infants, in the laughter and play of children, in the love and devotion of youth, in the restless ambition of fathers and the lifelong sacrifice of mothers, in the undiscourageable researches of scientists and the sufferings of genius, in the crucifixion of prophets and the martyrdom of saints - in all things I saw the passion of life for growth and greatness, the drama of everlasting creation.”(자서전 Transition, 1927)

 

    개인적으로, 나는 영국의 병원에서 내 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감정의 기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뭐랄까, 그건 “이제는 내가 죽더라도 또 다른 내가 사는구나” 싶은 안도감이랄까,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막 전해주고 숨을 돌리는 이어달리기 주자와도 같은 심정이랄까 또는 그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듀런트가 자식을 얻은 다음 자신의 변화를 술회하는 다음과 같은 설명은 내 마음을 깊이 움직인다.

 

    “In a measure the Great Sadness was lifted from me, and, where I had seen omnipresent death, I saw now everywhere the pageant and triumph of life.”

 

    듀런트의 이런 경험에 대해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그의 저서 <The Story of Philosophy>를 읽다 보면 어버이 된 자의 따스함을 시종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마치 사랑하는 자녀가 공평무사한 눈을 가지도록 훈육하는 아비의 목소리와도 같은 애정이 느껴진다. 저자의 박학다식함보다도 오히려 이런 진심어린 열정이 이 책을 영원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린 힘일 터이다.

 

* 참고로, 윌 듀런트의 필생의 역작은 그와 그의 아내가 함께 공저한 11권 분량의 <The Story of Civilization>이다. 나는 아직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쓰기는커녕 읽어내기조차 간단치 않은 이런 저서에 전 생애를 걸고 매달린 지성과 용기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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