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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erranean Winter

posted Jul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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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winter.jpg

 

 

Mediterranean Winter: The Pleasures of History and Landscape in Tunisia, Sicily, Dalmatia, and Greece

- 2004, Robert Kaplan, Random House

 

    내친 김에 여행기를 한 권 더. 국내에 <지중해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있는  <Mediterranean Winter>는 <무정부시대는 오는가>, <제국의 최전선>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카플란이 20대 시절 프랑스, 튀니지, 시칠리아, 그리스 등지를 여행한 기록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래로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쳐 온 세계적 저널리스트인 카플란도 이 책을 내기 28년 전에는 “2류 대학을 나와 대도시 신문사에 지원했다 계속 낙방해 버몬트의 허름한 지방 신문사에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지중해 여행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던 처지였다.

 

    <지중해 오디세이>는 특이하다. 장래의 불투명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20대 시절의 여행을 50세에 회고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과거의 기록이 세밀하지 못하거나, 낭만적으로 윤색된 과거를 추억하는 수필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카플란은 이것을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이 책은 장차 세계적 저널리스트가 될 젊은이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기록해둔 놀랄 만치 세밀한 기록들을 담고 있다. 여행을 마친 뒤 20년 이상이 흐르고 나서 여행기를 쓸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을 간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카플란은 감성이 풍부하던 젊은이의 여행을 50대의 음성으로 전해주고 있는데, 그런 덕분에 거기에는 자기연민 같은 과도한 우울함의 그림자도 없고, 과도한 나르시즘이 빚어내는 윤색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 베가본드의 달콤한 우수("암호랑이의 무자비한 소리가 나의 뇌를 할퀸다. 여행은 바로 나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다.")의 흔적과 세월에 숙성된 담담한 성찰이 어우러진 이 여행기는 (그 속에 담겨진 교양적 깊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글쓰기의 독특한 본보기라 부를만 하다.

 

    카플란은 많이 읽고, 많은 것을 겪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런 사람이 서적의 교조에 빠지거나 경험의 독선으로 굳어지지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는 독서와 체험을 균형 있게 몸 안에서 녹여내는 보기 드문 대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비급의 교의와 중원무림에서의 실전경험은 그가 주화입마에 들지 않고 고수로 장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거다. <The Coming Anarchy>, <Warrior Politcs> 등의 책들이 카플란 특유의 장쾌한 필법을 보여준다면, <지중해 오디세이>는 그가 자신만의 초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카플란은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 책은 카플란의 기억의 평면도인 것이다. 유태인인 로버트 카플란의 부친은 트럭 운전사였다는데, 어린 시절의 카플란에게 역사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어 준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니, 나 또한 아비 된 자로서 어깨가 무겁다.

 

     “나는 소금기를 머금은 눅눅한 공기로 세척된 흙과 꽃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비잔틴식 돌 십자가들과 하얀 대리석 석관들에 둘러싸인 채 서있던 그 순간만큼 내가 생기를 느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페니키아와 로마의 가면들이 침묵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 수집품들이 아주 불완전하고 뒤죽박죽이어서 괴짜 골동품을 수집하는 한 개인의 서재를 보는 듯했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알카이라완의 '대모스크'는 여전히 내가 아랍 세계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건물이다. 그 경내와 기도실 주변을 걸어다니고 그 많은 돌기둥 숲 아래 앉아서, 나는 훗날 읽게 된 많은 아랍 문명 관련 서적에서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대모스크는 저널리즘도 이따금 묵묵히 행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러 준다.”

 

    카플란의 베스트셀러 <발칸의 유령들>도 1993년 아마존 닷컴이 최우수 여행서적 열 권 중 하나로 선정한 멋진 여행기다. <발칸의 유령들>은 유고슬라비아 전쟁(1991~2000)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보스니아 군사 불개입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가 백악관에서 흘러 나왔었던 책이다. 좋은 여행기를 쓰는 비결을 딱 한 가지만 꼽자면, 그것은 여행 도중에 스치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품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카플란은 그런 애정을 수세기 전 과거의 사람들과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중해 오디세이> 출간 직후 카플란을 인터뷰한 기사가 다음 링크에 있다.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21/2007092101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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