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씨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으며 가슴이 뛰던 때를 기억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읽혀야 읽는 타입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게 무슨 말인지를 반복하다 던져버린 책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탓인지, (미안한 말이지만) 글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펼칠 줄 모르는 번역가의 초딩스런 문체를 정말 견디지 못하곤 하지요. 번역가들은 나름대로 또 변명이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도대체 니체나 헤르만 헤세가 그런 문장을 썼을 리가 없었거든요. 내용의 훌륭함만으로는 책을 읽는 재미가 반의 반도 안되니까요.
우리글의 향연,
여담이지만, 그래서 저는 "글쟁이"들의 글을 좋아하여, 늘 우리 소설만 읽었답니다.
이어령씨의 언어는, 특히 이 책에서의 언어는, 제 생각이지만,
그의 지식의 깊이와 어울리는 만큼을 딱 담고 있다고 봅니다.
형의 글 중에 "내용을 앞서가는 문장"이 딱 그 말인 것 같아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치장을 하고 있는 거죠. 산해진미 가득한 그의 사상과 철학과 지식을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도 안되고, 또 그렇다고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금싸라기 접시에 담아 음식의 훌륭함을 가려서도 안되지요.
우리가 이어령씨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동,
아마도 니체의 책을 그나라 사람들이 그나라 언어로 읽는 감동이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니체는 아마 글을 그렇게 썼을 거에요.
그래도 이어령씨만큼은 안되겠지만요.
새로운 코너 [Books], 애독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japol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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