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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거짓말 (L'annee du Coq: Chinois et rebelles)

posted Feb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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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거짓말 (L'annee du Coq: Chinois et rebelles)

- 2006, Guy Sorman, 문학세계사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기 소르망에게는 “세계적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의 논쟁적인 저서 “진보와 그 적들(Progress and its enemies)”이후 대중언론은 그에게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손쉬운 수식어를 선사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그의 글을 읽어보면 인류에 대해 품은 그의 애정과, 그것을 말하기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용기를 볼 수 있다. ‘지성’이라는 수식어 못지않게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양심’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지식인들의 칵테일 파티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입장(stance)’이라는 것은 정형화되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그것은 국내 논술고사 참고서의 상투적인 모범답안과 흡사하다. 그것은 일단 일군의 난해한 프랑스 철학자들의 선례를 좇아, 현대문명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용하는 비슷비슷한 성향의 학자들을  한 두 명 인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비관이나 냉소를 표하지 않는 것은 곧 독단적인 것이므로, 차마 대놓고 비난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대처한다.

 

    기 소르망의 “진보와 그 적들”은, 진보라는 외연이 결국 부정적(negative)인 내포를 가지게 된 사정을 간명하게 보여주고, 진보의 의미를 본래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 현대성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칵테일 파티는, 겉보기보다 훨씬 더 거칠고 배타적이기 때문에, 소르망의 이런 저술활동은 대단히 용감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 이야기들은, 막상 읽어보면 하도 당연한 것이어서, 만일 이것이 용기라면 오늘날 지성의 현주소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고 슬퍼지기까지 하는 일면이 있다.

 

    2차대전 종전 후 여러 해 동안, 프랑스에게 미국이라는 존재와, 미국이 상징하는 현대성은 마치 자신이 똑바로 서 있기 위해서 지탱해야 하는 벽처럼, 끊임없이 반대쪽으로 밀어야 하는 타자성(otherness)이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전통이 되어가다시피 하는 그러한 풍토 속에서, 기 소르망이라는 프랑스인의 존재는 더더욱 빛난다.

 

    이야기가 좀 곁길로 새지만, 현대 프랑스 철학계의 풍토에 대한 가장 통렬한 지적 중 한 가지는 2004년 10월 타계한 해체주의의 원조 자끄 데리다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지의 부고(Obituary) 기사였다.  “....데리다씨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설명하는 거의 모든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과 모순되는 주장을 끊임없이 펼쳤을 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저항했다..... 고의적 난해주의(obscurantism)의 시장은 언제나 존재해 왔었으니, 데리다의 비판자들이 그의 불운한 제자들을 꾸짖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에페수스 출신 헤라클리투스의 추종자들을 향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비난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그들은, 말하자면 자신들의 화살통 속에서 수수께끼같은 표현을 하나 집어들어 쏜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그것의 의미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면, 또다시 기발한 일련의 비유들이 당신을 꿰뚫을 것이다. 그들 중 어느 누구와도 당신은 토론의 진전을 전혀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데리다씨의 보잘 것 없는 말장난과, 퍼부어지는 수사들, 비논리적인 산만함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열린 독자들은 그가 단순한 허풍장이였다고 의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말이리라. 그는 좀 헛갈리고 있었을망정, 신실하고 학식 있는 사람이었으며, 몇몇 학자나 학생들이 애써 구하고 있던 바로 그것을 그들에게 제공해주었을 뿐이다.”

 

    2005년 한 해동안 기 소르망이 직접 중국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편집한 ‘중국이라는 거짓말’은, 중국에 대한 서구사회의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보수냐 진보냐를 막론하고, 중국 바깥의 세계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굳이 쳐다보기 불편하게 생각하는 중국의 진면목을 그는 담담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대다수 중국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무시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서구사회가 거기에 대해 얼마나 아첨하고 있는지를 그는 증언한다. 중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이 딛고 서있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토대를 찬찬히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현실은, 실은 그곳을 바라보기만 하면 이내 눈에 뜨이는 것들이기 때문에, 굳이 기 소르망 같은 학자가 정색하고 책으로 써야만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건 프랑스에서건 또는 한국에서건, 중국의 불편한 현실은 ‘당분간 무시해도 좋은 사소한 조건’으로 치부되는 것은 기이하다. 특히, 과거 비민주적 정권하에서의 인권문제가 아직까지 심각한 정치성을 띄고 있는 한국에서조차, 중국정부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철저한 마키아벨리스트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는 금언을 일찌기 말한 사람은 고대사의 수퍼스타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중국의 현실을 밝은 쪽으로만 애써 바라보려고 하는 오늘날의 대세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국에서 어두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전인류에게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일까? 설마. 아마도 지적인 오만함과 게으름 탓이겠지. 만일 트로이가 멸망을 진심으로 염려했다면 카산드라를 살해해 버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기 소르망의 책은 “2000년대 초에도 중국을 정확히 바라본 사람이 있기는 했었던” 한 조각 증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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