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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Men Can't Listen & Women Can't Read Maps

posted Jun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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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Men Can't Listen & Women Can't Read Maps

- 2001, Allen & Barbara Pease, Orion Books, UK

 

    어쩐지 숨막히는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edness)"의 강박으로부터 의연하게 자유롭다 싶더라니, 공항 서점에서 사들고 단숨에 읽어내린 <Why Men Can't Listen & Women Can't Read Maps>라는 유쾌한 제목의 책을 쓴 저자들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에서 활동중인 호주인들이었다. 앨런과 바버라 피즈 부부는 인간 두뇌 연구에 관한 최근의 성과들을 활용하여 남녀간의 차이를 박진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모든 남녀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비밀이 남녀간의 차이일 터이다. 거의 모든 남녀들이 결국 서로에 대해서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크고도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더라면 세상에 어느 남녀가 애당초 서로에게 끌릴 것이겠나 말이다. 이 책은 여자와 함께 살거나 일하는 모든 남자들과, 남자와 함께 살거나 일하는 모든 여자들에게 요긴한 지침서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시리즈에 비해 더 직설적이고, 따라서 그만큼 더 실용적인.

 

    70년대 페미니즘의 영향 아래, 우리 세대는 남녀간의 차이에 관해 말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며 지내왔다. 아직 세계 도처에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할 수많은 분야와 지역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남녀가 다르다고 이야기하면 핀잔부터 날아오는 문화적 억압 또한 또 다른 형태의 압제적 도그마가 틀림없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성에 대해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태도는 양성간의 차이를 무시하는 데서 나오기 보다는 그 차이를 잘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법이다.

 

    제목이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므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대신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소개할까 싶다. 2002년 여름, 오만에서 지내던 우리는 이웃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떠났다. 네 식구 도합 어른 여섯 명에 아이들 아홉명이던 우리 일행은 안전시설도 별로 없는 사막의 산비탈을 올라 계곡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홉명의 아이들 중에는 또래가 비슷한 초등학교 저학년 사내 아이들 일곱명이 있었다. 이 녀석들은 기분이 좋으면 미끄러운 산비탈에서 부산스럽고 위험하게 뛰어다녔고, 기분이 나쁘면 서로 밀치거나 치고받으며 싸워댔다. 타이르고 야단치고 말려보았지만 어느 어른도 녀석들을 얌전하게 만들 재간이 없어보였다. 실험삼아 아이들을 불러모아 군인놀이를 시키기로 했다. 제일 나이 많은 녀석부터 어린 녀석까지 차례로 계급을 정해 주고 일렬로 세운 뒤에 임무를 주었다. 임무는 전체 일행이 도착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것과, 거기까지 움직이는 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장애물들을 확인하고 전파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 일행에게 찾아온 질서와 평화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목적의식으로 충만했고, 협력적으로 행동했다. 제일 덩지가 큰 녀석은 아우들을 괴롭히기(bully)를 중단하고 갑자기 대원들의 복지에 책임감을 느끼는 소대장처럼 행동했고, 가장 어린 녀석도 이등병이라는 자기 계급에 투정을 부리지 않고 형들이 지시하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려고 애썼다. 무엇보다도, 3-4미터 간격으로 줄을 지어 선 사내아이들은 이제 아무도 서로의 앞을 다투어 나가려 들지 않았다. 우리가 산정에 거의 다 도착해서 계곡 물에 발을 담글 때까지, 한 시간 남짓 산길을 오르면서 내가 한 일은 제일 뒤에서 아이들을 따라가면서 종종 맨 뒤에 선 이등병 꼬맹이로부터 시작해서 열의 앞쪽으로 차례로 전달되어야 할 질문이나 중요한 상황을 가끔씩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었다. 열의 앞쪽으로부터 전달되어 오는 지시는 합리적인 것이었고, 아이들은 개인적인 불만을 삭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후로, 나는 내 생각을 좀 바꿨다. 나는 그 동안 우리나라 남성들의 조직문화가 억압적인 까닭이 대다수 성인남자들이 군대생활을 경험하기 때문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그건 어쩌면 절반의 진실에만 해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들이란, 한 자리에 모아 두면 위계적인 질서(pecking order)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싶어 하는 강한 동기를 선험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거였다.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남자와 여자의 행태가 같아야 한다거나 같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나로선 그저 행운을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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