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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정원 (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

posted Oct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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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정원 (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

- 1994, John Berendt, 2006, 정영문 역, 황금나침반

 

    존 베런트(John Berendt)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린 <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이나 <The City of Falling Angels(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는 여행기와 소설의 경계선 정도에 놓을 수 있는 논픽션이다. 피터 메일의 <A Year in Provence(프로방스에서 1년)>, <Toujours Provence(언제나 프로방스)>라든지, 빌 브라이슨의 <A Walk in the Woods(나를 부르는 숲)> 같은 작품들과 책장에 나란히 꽂아둘 법한 책들이다.

 

    이런 글들은 기행소설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롬 K. 제롬의 <Three Men in a Boat>의 선례를 따라, 경쾌한 유머감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들의 더 뜻 깊은 공통점은 독특한 사적 체험을 통해 일상 속에서 얻지 못하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낯선 도시 속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의 확장을 경험한다. 이 세상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책들은 우리 기분이 울적할 때, 또는 지친 일상 속에서 산뜻한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 효능 높은 청량제가 되어준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 낯선 풍물 속을 스쳐가 보는 거야 가끔 시도해 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언제 사바나에, 베네치아에, 프로방스에 몇 달씩 눌러 앉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을 찬찬이 들여다볼 기회를 가져볼 건가.

 

    논픽션의 귀재 존 베런트가 찾는 대상은 단순히 낯설기만 한 도시는 아닌듯 하다. 이 세상에 있으되 다른 세상, 또는 다른 시대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도시에 어쩌다 들르게 되면 그는 그곳을 이내 뜨지 못하고 몇 달씩 눌러 앉고 만다. 그를 매혹하는 것은 집단적 시대착오(anachronism)라는 독특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선악의 정원(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는 베런트가 구경한 희한한 도시의 속내를 기록하여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다. 제멋에 겨워 사는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인구 15만의 도시 사바나(Savannah)다.

 

    르몽드지가 ‘북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은 적이 있는가 하면, 소설 ‘보물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였던 조지아주의 이 소도시를 지배하는 테마는 ’자존심‘이다. 시민들이 프루덴샬 같은 대기업의 지사 설립을 줄곧 거절하고, 주민들의 집요한 반대로 인해 하야트 호텔이 들어서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도시. 그곳에 살아가는 독특한 사람들의 유별난 모습이 묘사된다. 이 책은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처럼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 책에 묘사된 실화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흥미롭고 과장되어 보인다. 우리 모두 살아봐서 알고 있지 않은가. 삶 속에 벌어지는 ‘실화’들은 때때로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작위적인가를. 얼마나 지나치게 통속극적(melodramatic)인가를.

 

    건축 잡지의 기자였던 저자는 잘 보존된 옛 가옥 머서하우스를 취재하러 사바나에 왔다가 집주인인 골동품 상인 짐 윌리암스를 사귀게 된다. 사바나의 분위기에 매료된 그는 살 집을 마련하고 8년간 뉴욕과 사바나를 오가며 살게 된다. 그 동안 골동품 상인의 남자 애인, 흑인 트랜스젠더, 부두교 사제, 파산한 변호사 등등 특이한 주민들과 사귐을 가진다. 짐 윌리엄스가 살해당하고 용의자가 체포되는데, 저자는 그 재판과정이 업치락 뒤치락하는 기간 동안 사바나 주민들의 눈에 비친 살해사건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만화경 속을 들여다 보듯이. 그 삶의 풍경이 어찌나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이었던지, 1997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존 큐삭, 캐빈 스페이시, 우피 골드버그 등을 기용해 이 책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의 또다른 히트작인 <The City of Falling Angels(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는 전혀 다른 도시인 베네치아에서 벌어지는 전혀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세상 다른 어느 곳과도 구별되는 도시와, 거기서 살아가는 유별난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대성당의 화재사건이 베네치아인들의 독특한 삶을 들여다보는 실마리가 되어준다. 그 삶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 쯤, 이번에도 어김없이 궁금증이 엄습한다. ‘혹시 나는 내 시대를 착오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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