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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posted Feb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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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 1976, Richard Dawkins, 1993, 홍영남 역, 을유문화사

 

 

    지난 한 세기 동안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보인 분야는 생물학이다. 다윈이나 멘델조차도 그 존재를 몰랐던 이중나선구조를 지닌 자기복제자들의 존재를, 인류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리처드 도킨즈는 현대 생물학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는 아닐지라도, 그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현역 생물학자다. 도킨즈의 성취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의 탁월한 문장력에 힘입었음에 틀림없다.

 

    뛰어난 과학자가 훌륭한 글솜씨를 가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은 과학계와 대중 양쪽 모두에게 크나큰 혜택을 주는 일이다. 과학계는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있고, 대중은 드문 계몽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정교한 이론에 대해 섬세한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유전자>는 박진감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가독성이 높다.

 

    이 책에서 도킨즈는 생물 진화의 기본단위를 생물 개체가 아닌 자기복제자, 즉 유전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소개하고 설명한다. 이른바 '이기적 유전자론'이 그가 창안하고 독점한 이론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토록 유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유전자라고 이름붙여진 지구상의 자기복제자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사본을 생산한다. 마치 유전자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연선택 (또는 다윈주의적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란, 가장 성공적으로 사본을 생산하지 못하는 복제자는 사라지고 마는 엄혹한 과정이다.

 

    저자는 이렇게 유전자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생명현상의 수수께끼들이 더 잘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지어 "반복되는 죄수의 양난" 게임과정을 통해 이기적 유전자들로 구성된 생물개체 및 개체군이 비영합게임적인 협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도킨즈의 이러한 통찰에 힘입어, 현대 생물학은 사회과학과도 옷깃을 스치게 되었다. 그의 독창적인 공헌은 이른바 인간문화의 진화단위인 '밈(meme)'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냈다는 점이다. 사람의 머리속에서 머리속으로 옮겨가며 스스로를 복제하는 밈이라는 개념은 사회과학에서도 널리 그리고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 예컨대, 밈의 복제과정에 대한 최근의 가장 유려한 설명들 중 일부를 뉴욕 태생 미디어학자인 더글러스 러쉬코프(Douglas Rushkoff)의 <미디어 바이러스>와 같은 저서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밈’이라는 밈이 빠른 속도로 복제되고 있다고 할까.

 

    도킨즈의 전공분야는 동물행태학인데, 그의 이론이 사회과학적 사고방식과 쉽사리 어우러지는 것은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 아니다.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또한 인간이라는 특정 동물의 행태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이기적 적응과정이 그 군집체인 생물개체 수준에서 나타나는 이타적 협력의 씨앗이 된다는 관점은, 얼핏 보더라도 아담 스미스가 바라본 시장의 작동방식과 닮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창안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관념은 생물학자가 아니라면 행할 수 없었을 사고의 실험을, 평범한 생물학자라면 할 수 없었을 경지까지 밀고 나가서 성취한 결과물이다. 유전자가 생물개체의 몸 멀리 바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예컨대 거미줄이나 비버의 댐처럼), 유전자적 영향은 그 표현형으로 구별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앞으로도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바꾸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한지 4년 후인 1981년에 도킨즈는 그 후속편인 <확장된 표현형>을 썼다. 그 책의 앞부분에서 도킨즈는 그동안 자신을 향해 제기된 반론에 대해 다시 반론을 펼치고 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도킨즈는 일군의 비평가들로부터 '유전적 결정론자' 취급을 받았던 모양이다. 적어도, <확장된 표현형>의 제 2장 ‘유전적 결정론과 유전자 선택론’ 부분은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읽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우리 사고의 좁은 폭 위에 자꾸만 그늘을 드리우는 '유전적 결정론'이라는 괴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저자가 가리키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을 - 그토록 친절한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 쳐다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철학자들은 인과관계의 개념을 부풀려서 생각하고, 연구에 종사하는 생물학자들은 인과관계를 오히려 단순한 통계적 개념으로 본다.... 중요한 점은 유전적 영향이 환경적 영향보다 더 비가역적이라고 기대할 통상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윈선택의 근본적인 유전적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너무나도 쉽게 개체 발생을 유전적으로 해석하는 무분별한 편견에 빠지게 된다.(확장된 표현형)

 

    저자가 인도하는 관점에 따라 생명을 바라볼 때 다다르게 되는 지점은 절망적인 결정론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라는 개체가 생물학적 필연성이 없이 존재하게 된 놀라운 우연에 대한 경외감이다. 그가 말하는 생물학적 우연이란, 예컨대, 나의 기독교 신앙과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도킨즈는 확고한 무신론자이지만, 그는 <이기적 유전자>를 이렇게 끝맺고 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실제적으로 중요하지만 필연이라 하기에는 이론상 불충분한 사실을 하나 추가해 두자. 그것은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자기 복제자는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거대한 군체(개체의 몸) 속에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는 그렇게도 낯익은 그 개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주의 어떤 장소이든 생명이 발생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가 생물학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 또한 이 책은 수학공식의 도움 없이도 어려운 설명을 훌륭하게 해내는 도킨즈의 탁월한 문체와 높은 통찰력에 힘입어 대중서적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초판의 서문에서 이 책이 마치 공상과학 소설처럼 읽어야 하는 과학서라고 밝혔다. 독자들이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서 이 책을 대한다면 세상을 전과는 다른 눈으로, 즉 유전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드문 경험이고, 즐거운 경험이다. 리처드 도킨즈는 보기에 따라 다른 육면체로 보이는 ‘넥커 정육면체’의 예를 들어 이런 관점의 치환을 설명했다. 만일 나에게 물어본다면, 그것은 마치 갑자기 매트릭스(Matrix) 속에서 사물들의 겉모습 대신 그것들을 이루고 있는 코드를 볼 수 있게 된 니오(Neo)의 놀라움에 비할 만한 깨우침이다. 일찍이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이렇게 달라지는 경험을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라고 일컬었다.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표제의 관점을 통해서 동물이나 그들의 행동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고, 그 결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확장된 표현형은 그 자체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 될 수는 없을지 모르나,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우리들의 관점을 상당히 바꿈으로써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검증 가능한 가설을 생각할 수 있게끔 해줄지도 모른다.(확장된 표현형)

 

    <확장된 표현형>의 후기를 쓴 철학자 다니엘 데넷의 표현처럼, 도킨즈는 철학적 설명을 과학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 그런 점에서 그의 관심이 결국 신학적 논쟁(만들어진 신: God Delusion)으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 이기적 유전자론을 포함하여, 도킨즈가 시니컬하게 ‘BBC 정리’라고 부른 ‘가이아 이론’이나, 그룹 선택론, 개체 선택론 모두가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그 나름의 과학적 시도이고, 이들 중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증명하기란 아마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소립자들의 세계와 우주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물리학 법칙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처럼, 우리는 생명체의 번식과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다른 이론의 안경을 써보아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그만큼 신비하다.

 

    참고로 을유문화사의 번역판은 대체로 도킨즈의 재기 어린 문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번역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원서를 읽는 편이 낫다는 권유는 거의 언제나 어느 책의 경우에나 옳지만, 이 책에게는 조금 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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