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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

posted Mar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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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

- 2006, Richard Dawkins, 2007, 이한음 역, 김영사

 

    21세기를 살아가는 진지한 신앙인이라면, 종교로 인해서 벌어지고 있는 오해와 증오와 분쟁과 살육과 공포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의 이름으로 타인에 대한 가해를 일삼는 사람들은 인류가 중세의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오히려 그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새뮤얼 헌팅턴이 알아듣기 쉽게 요약한 ‘문명간의 충돌’이 손쉽게 일어날 만큼 지구촌이 작아진 덕분이다.

 

    서구적 근대성의 키워드는 ‘세속화(secularization)’다. 르네상스를 경험한 서구 기독교사회는 상당한 수준의 세속화를 성취했지만, 이슬람 사회는 아직 그들만의 마틴 루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 같은 이슬람 도시국가가 앞으로 이슬람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지남철처럼 가리키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어느 시점에선가 이슬람은 현대적 삶의 원리로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요한 캘빈이나 막스 베버가 기독교를 그리 했듯이.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즈로 하여금 흥분된 어조로 무신론을 펼치게 만든 것은 9/11 사건 이후 급속하게 근본주의적인 색채를 드러낸 미국의 개신교 분위기였던 것 같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종교적 대결을 주된 이유로 내세워 미국의 본토에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공격 이후 미국사회가 (제아무리 현대적으로 세속화되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종교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바람직하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예측가능하다는 뜻에서.

 

    일신교적 도그마가 주도하는 종교문화적 전통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한국에서 기독교는 오늘날 조금 기이하게 세속적 권력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미국사회가 겪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세속화의 역행(regression)현상이다. 정치학적으로 말해서, 모든 집단은 자신의 크기에 상응하는 정치권력을 누리므로 한국의 기독교 사회가 그 나름의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현상은 조금도 기이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가 스스로의 권력화현상에 대해 갈등을 느끼거나 불편해하는 조짐이 없다는 것은 기이하다.

 

    나는 신앙이 지극히 내밀한 개인적 체험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종교를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거나 타인을 가해하기 위한 구실 내지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든 시도는 역겹다. 그것이 내가 신앙인이면서도 도킨즈가 <만들어진 신>을 집필하려고 펜을 든 심정을 일정부분 공감하는 이유다.

 

    <만들어진 신>에 담긴 도킨즈의 불만은 두갈래다. 첫째, 종교가 퍼뜨리고 있는 비인도적 편견과 부당한 간섭에 대한 불만. 둘째, 과학이 종교에 대비되는 의미로서 한정되고 오해받는 실상에 대한 불만. 도킨즈는 자신의 장기인 쉬운 문체와 명료한 논리로 무신론을 설파하고 있다. 무신론자(unbeliever)라는 호칭이 특수하게 부정적인 함의를 띄는 서구사회에서 이 책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종교가 좀 더 종교답게 처신하는 일에, 도킨즈의 책과 그 책에서 유래하는 논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과학자 도킨즈의 저서는 지성적인 논증방법에 의존함으로써, (아마도 이런 책이 필요 없었을) 이미 설득당한 사람들밖에 설득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미 설득당한 사람들에게, 도킨즈의 어투는 불필요할 만큼 공격적인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의 불만(frustration)의 근원에 공감하거나, 아니면 책을 내던지고 싶을 만큼 분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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