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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폴더를 열면서> 아들들에게 권하는 책들

posted Feb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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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들에게,

    지금까지 너희를 키우는 일은, 데이빗 블레인의 마술쇼를 보는 것보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흰 백지 같은 줄로만 알았던 너희의 자의식 속에 자신만의 습성과 사적인 문화의 씨앗이 숨어 있다가 싹트는 것을 보는 것도 놀라왔고, 때로는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너희에게 영향을 미친 것을 발견하는 일도 놀라왔다. 그 놀라움이란, 반쯤은 즐겁고 유쾌하고 흐뭇한 느낌이고, 나머지 반쯤은 두렵고 조심스러운 느낌이지.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나는 너희에게 좋은 것으로만 주고 싶었고, 내가 가진 좋은 것은 다 주고 싶었단다. 그러나 세상의 다른 아버지들이 또 그러하듯, 내가 너희에게 물려주고 본보여준 것들 중에는 좋지 못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고, 내가 주고 싶은 것들을 다 줄 수도 없는 모양이더라. 세상의 이치는 참 묘해서, 욕심을 내는 일들은 대게 그르치게 마련인가보다. 너희는 둘 다 내가 무심결에 하는 일들은 곧잘 따라 배웠지만, 내가 강권하는 일들은 금새 싫증을 냈으니까.

    아빠의 관심분야가 깊기 보다는 넓다는 사실이 너희에게 혹시 손해가 아니었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내가 그림을 자꾸 그리래서 너희가 그림 그리기를 썩 즐기지 않은 건 아닌지, 혹시 내가 기타를 배우라고 종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기타를 사달라고 할 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아직 궁금하다.

    만일 내게 아빠로서 너희들에게 뭔가 딱 한 가지만 강요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나는 서슴없이 너희로 하여금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기어이 만들어 주고 싶다. 다 읽은 책을 한 권씩 내려놓을 때마다 눈이 조금씩 밝아지는 그 즐거움에 너희가 중독될 수 있기를 아빠는 바라고 있단다. 물론 아무 말이나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은 아니다.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독서의 주화입마’를 입은 사람들도 나는 본 적이 있었단다. 길 잃은 독서는 사람을 어두운 편견의 협곡에 빠뜨리기도 하고, 위태로운 자만의 벼랑에 세워 올리기도 하거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지내는 환경은 너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너희는 잃은 것도 있고,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무언가를 더러 얻기도 했겠지. 너희가 잃어버린 기회들 중에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 할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다. 영영 잃어버렸다고 단정 짓는 것은 아직 성급할 터이고, 너희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는 의좋은 형제니까 친구가 없다는 건 틀린 말이기도 할 테지. 앞으로도 누구든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만나면 머리를 숙이고 마음을 터서 사귀기를 주저하지 말기 빈다.

    너희가 아비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될 줄로 나는 믿는다. 나는 워낙 진화와 진보를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너희가 자라나는 모습을 겪어보았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가진 친구들보다 더 좋은 친구들을 너희가 가지기는 아마도 어렵지 않겠나 나는 염려하고 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지낸다고 해서 누구나 다 아빠처럼 좋은 친구들을 가지는 행운을 누리는 건 아니거든.

    특히, 내게는 독서의 선생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단다. 너희가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될 때까지 내가 그 자리를 조금은 메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기억에 남는 몇 권의 책들을 권해본다. 너희가 지금 읽기는 좀 어렵겠지만 10년 뒤라면 생각의 맛난 먹거리로 삼을 만한 책들.

    음식의 경우처럼, 책들도 남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는 것들의 범위 안에서만 읽더라도 선택의 폭은 엄청나게 넓다. 대체로 나의 친구가 추천해 주었던 책들을 다시 너희에게 소개하는 형국이 되겠다만, 이 다음에라도 책을 고를 때는 서평이나 권위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잘 참고하기 바란다. 굳이 권위 있는 베스트 셀러 목록이라 함은, 독서의 수준과 깊이가 신뢰할 만한 사회의 베스트셀러만 목록만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니라.

    ‘평생 공부하는 즐거움’이라는 너희의 긴 항해에서,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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