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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아사이치(函館朝市) 덮밥골목 돈부리요코초(どんぶり横町)

posted Jun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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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역 앞에는 커다란 어시장이 있다. 아침 일찍 문을 열었다가 오전 중에 철시하기 때문에 아침시장, 그러니까 아사이치(朝市)라고 부른다. 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난 탓인지, 내 심장은 어시장에서 제일 힘차게 뛴다. 가엾은 어패류의 대량살상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삶을 느낀다는 건 아무래도 좀 미안한 역설이긴 하다. 하지만 대야와 양동이 속에서 꿈틀대고 버둥대는 모진 목숨을 보고 있노라면 삶을 치장하는 사치스런 번민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안개가 걷히듯이. 살아야겠다. 산다는 것은 저렇게 목숨을 가누려고 버둥대는 것이다. 그런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큰 기대를 품고 찾아갔는데, 일본의 어시장은 부산의 자갈치 시장처럼 활어들이 꿈틀대는 어시장은 아니었다. 그렇긴 해도, 역시 어시장은 원초적인 활력이 공기 속을 떠도는 장소다. 먹고 살겠다는 활력이다.

아사이치에는 온갖 진귀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대게와 털게를 늘어놓은 가게가 있고, 생선이나 생선의 알로 만든 가공음식을 파는 상점, 즉석에서 굴을 구워주는 가게도 있다. 어느 상점 앞에서는 주인장이 기다란 끈을 한쪽 끝은 손에 쥐고 다른 쪽 끝은 발로 밟은 채 앉은 것도 선 것도 아닌 자세로 그 끈을 문질러대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묘기인가 싶어 가까이서 살펴보니 끈처럼 보였던 것은 다시마였고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대패로 다시마의 겉껍질을 얇게 벗겨내고 있었다. 말린 다랑어를 대패로 갈아 우동 국물 등에 사용하는 가쓰오부시(鰹節)처럼, 다시마를 갈아낸 투명한 조각들도 국물을 우려내거나 음식 위에 양념처럼 뿌려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기해서 한 봉지 샀는데, 집에 와서 국물 속에 넣었더니 다시마 향이 살짝 풍기면서, 언뜻 보면 메생이가 한 자락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코다테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오징어다. 오징어를 사용한 식재료도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이채로웠던 것은 오징어의 다리를 잘라내고 통째로 말려 오징어 몸통을 술잔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술을 따라 마시면서 잔을 조금씩 안주 삼아 뜯어 먹으라는 뜻인지. 하코다테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는 곳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가게가 없는 곳이 없다. 수산물이라는 테마와는 무관하지만 아사이치 여기저기에서도 소프트아이스크림 가판대는 빠짐없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먹거리가 많지만, 역시 아사이치를 대표하는 음식은 해산물 덮밥, 즉 가이센돈(海鮮丼)이다. 아사이치와 연결되어 있는 골목에 덮밥 전문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는 돈부리요코초(どんぶり横町)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문자 그대로 덮밥골목이다. 산뜻하게 연어알만 덮어 먹는 이쿠라돈(イクラ丼), 산낙지가 밥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오도리돈(踊り丼), 심지어 자기가 원하는 재료들을 골라서 밥 위에 담는 오코노미돈(お好み丼)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당연히 재료가 많이 들어갈수록, 성게알 같은 고급재료가 포함될수록 가격이 조금씩 높아지는데, 해산물 덮밥의 가격은 대체로 2,000-4,000엔 범위라고 보면 된다. 우리 식구는 종류대로 주문해서 맛을 보았는데, 재료가 신선해서 바다를 한 잎 베어먹은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 삼아 오징어 먹물 푸딩이라는 것을 주문해 보았다. 달콤한 푸딩에서 특유의 먹향이 풍겼다. 일본인들 참, 음식을 가지고 실험하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다.

아사이치의 주소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와카마츠쵸 9-19(北海道函館市若松町9−19), 연락처는 0138-22-7981다. 시장 전화번호인데 전화를 걸면 누가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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