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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조 있는 화로구이 식당 이나호(稲穂)

posted Dec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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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로리(囲炉裏)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일본에서는 2004년에 새 지폐가 발행되었다. 그때부터 1000엔 지폐의 초상화 주인공이 된 사람은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1876∼1928)였다. 그는 매독 병원체인 스피로헤타를 발견한 일본의 세균학자다. 하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해서는 그의 진면목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구치는 1876년 후쿠시마(福島)현에서 태어났다. 생후 1년 6개월 되었을 때, 그는 어머니가 시냇가로 빨래하러 나간 사이 이로리에 떨어져 왼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손가락들이 다 달라붙고 문드러지고 말았다. 그는 놀림과 멸시를 받으며 자랐지만,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도움으로 서양식 수술을 받아 각각 하나씩 구분되는 ‘왼손의 손가락들’을 얻게 되었다. 그것이 그가 의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겠다고 생각한 계기였다고 한다. 그는 자기 손을 수술해 준 와타나베 카나에(渡部鼎)박사의 도제가 되었고, 의과 대학인 제생학사(濟生學舍)에 입학하여 스무 살의 나이로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의사로 취직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부자유스러운 왼손 때문이었다.

1900년에 노구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록펠러 의학 연구소에서 뱀독을 연구했다. 그는 독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왼손의 장애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에 열을 올린 어린이였다. 의과대학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공부에도 열을 올려 스스로를 세계적인 인물로 가꾼 학생이었다. 스무살 때 고향을 떠나며 집의 기둥에 “의사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칼로 새긴 젊은이였다. 그가 미국 연구소에 간 것도 수월한 일이었을 리가 없었다. 일본 전염병 연구소에서 우연히 알게 된 펜실베니아 대학교 사이먼 플렉스너 교수를 끈덕지게 찾아가서 도움을 받은 결과였다. 뱀독을 연구하는 동안에는 연구소에 독이 떨어지면 밖에 나가서 스스로 독사를 잡으러 다닌 독종 연구원이었다.

록펠러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는 진행성 마비 환자의 뇌에서 매독을 일으키는 스피로헤타균, 트레포네마 팔리디움(Treponema pallidum)을 발견하여 이것이 마비증상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황열병와 오로야열, 소아마비, 트라코마 등의 백신을 연구하기 위해 중남미를 돌아다녔고, 황열병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로 갔다가 가나에서 그만 황열병에 걸려 1928년에 사망했다.

재력가의 딸과 결혼한 뒤 장인에게 돈을 얻어 미국으로 갔지만 그 뒤로 일본의 처에게 한 번도 연락을 안했다든지, 연구원 활동을 하는 동안 인체실험을 했다는 등, 노구치 히데오는 인간적인 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예전과는 다른 규모로 커지고 있을 때, 그렇게 커지는 나라의 기운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좌절을 거부한 청년.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사나이. 그리고 그를 빚어내는 고난의 드라마는 이로리에서 시작된 셈이었다.

2012년 초봄에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다. 그 손님을 모실 특색 있는 식당을 찾아보라는 임무가 나에게 떨어졌다. 문제는, 그 손님이 일본을 속속들이 잘 아는 일본통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일본에 온지 갓 한 해를 넘긴 처지였지만, 웬만한 가이세키 식당이나 스시집으로는 특색 있는 식당을 찾았다고 할 수가 없을 터였다. 내가 추천한 식당은 도라노몬(虎ノ門)에 있는 ‘이로리갓포 이나호(いろり割烹 稲穂)’였다. 갓포(割烹)란 요리점을 뜻하는데, 고급 식당을 표방하는 업소에서 쓰는 용어다. 이나호는 벼이삭을 뜻한다.

홀이 아닌 별실로 이루어져 있고, 테이블 한가운데에 파놓은 이로리도 깔끔하고 격조가 있다. 일인당 9,800엔짜리 코스를 주문하면 쇠고기와 해산물 구이가 나온다. 여기도 압권은 생선 구이인데, 곤들매기보다 훨씬 고급 생선인 산천어가 나온다. 산천어는 일어로 야마메(山女)라고 부른다. 그날 저녁 손님은 “일본에서 식당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이로리야키 집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됐다. 임무를 완수한 것이었다. 조금 흥분한 나머지, 나는 결국 지갑에서 천엔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노구치 히데오의 왼손 이야기까지 떠들고 말았다. “일 년만에 그만하면 일본 공부 꽤 많이 했구만.” 얄팍하게도, 나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거다.




미나토구(港区) 도라노몬(虎ノ門) 화로구이 식당(いろり割烹) 이나호(稲穂)
주소 : 도쿄도 미나토구 도라노몬(東京都港区虎ノ門)1-5-3
전화 : 03-5501-3111 (일요일은 정기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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