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부터 일본에 근무하게 되었다. 동네 식품점에 갔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성게알젓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흐뭇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일본에서 성게알은 초밥의 재료나 젓갈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덮밥과 케익을 포함한 온갖 음식에 응용된다. 일본의 프랑스 식당에 가면 코스 중에 성게알을 사용하는 요리가 거의 언제나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일어로는 성게알을 우니(うに)라고 부르는데, 날것을 가리킬 때는 海胆 또는 海栗로 표기하지만, 젓갈처럼 가공음식이 되면 雲丹이라고 쓴다.
편의상 성게알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실상 우리가 먹는 것은 성게의 정소(精巢) 또는 난소(卵巢)다. 난소보다는 정소의 색과 맛이 더 진하다고 알려져 있어서 고급 스시집에서는 정소로만 요리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성게알젓도 일본에서는 보통 수퍼마켓에 거의 언제나 여러 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성게알젓의 발상지는 혼슈 서남단의 시모노세키라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도 성게알젓의 40%는 시모노세키가 있는 야마구치현(山口県)에서 생산된다. 일본에서는 젓갈을 ‘시오카라(塩辛)’라고 부르는데, 오징어를 성게알과 함께 담근 것도 흔히 구할 수 있다. ‘카라’라는 글자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젓갈에 매운 맛은 없다.
일본에서 짠 밑반찬만을 자주 접해서일까? 여기 와서 사는 동안 ‘뜬금없이’ 그리워지는 음식은 따로 있었다. 이번에는 가장 절실하게 그리운 것이 어리굴젓이었다. 도쿄에 다니러 오신 어머니께서는 이번에는 어리굴젓을 큰 깡통으로 가져다 주셨고, 채 반도 먹기 전에 너무 곰삭아버린 어리굴젓을 나는 또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지금 갖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그리워하도록, 인간은 원래부터 설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Diary, a sort of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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