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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ダイアリー) (2015)

posted Jun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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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에 개최된 제71회 칸 영화제는 <좀도둑 가족(万引き家族)>의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수상하지 못한 것을 보면 낯선 폭력에 대한 영상 미학의 유행이 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고, 심사위원 구성이 감독 위주에서 배우 중심으로 변하면서 칸 영화제도 종전의 유별난 태도를 접고 보편적 정서를 중시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을 통해서 ‘마땅히 최후의 보루이어야 함에도 망가져버린’ 가족의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의 몇몇 작품은 보호자의 죽음이 야기한 상처를 다루고 있지요. 그런 고레에다 감독이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영화화에 덤벼든 것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자신도 그것이 턱없는 시도라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연재가 계속되고 있는 만화가 요시다 아키미(吉田秋生)의 원작만화가 워낙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서 칭찬해줄 점을 찾아내기란 어렵습니다. 아야세 하루카(綾瀬はるか)나 히로세 스즈(広瀬すず)의 미스캐스팅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요. 원작의 섬세함에 대한 기대감을 다 내려놓고 바라보아야, 이 영화는 칭찬할 구석들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영화가 원작에 되도록 충실하고자 노력한 흔적들입니다.


죽음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이 져야 하는 짐입니다. 이 점을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더없이 선연하게 보여줍니다. 따지고 보면, 남겨진 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 죽음만이 아니지요. 이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사건들 자체는 막장드라마의 완벽한 구성요소들입니다. 바람이 나서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 거기 충격을 받고 아이들을 버려두고 친정으로 가버린 어머니, 아버지의 외도를 경멸하면서도 유부남을 사랑하는 맏딸, 술집 호스트들을 사귀다가 매번 돈이나 뜯기고 차이는 둘째딸, 몇 십 년 만에 나타나서 어머니 유산을 달라고 떼쓰는 동생 등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는 (따라서 고레에다의 영화는) 정작 이런 막장드라마급 사건들 자체는 묘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사건들의 배경에 남겨진 인물들이 좋건싫건 감당해야 하는 그 사건들의 ‘여파’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줄거리를 이룹니다. 그리고 요시다 아키미는 (다른 장르물로 번안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섬세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기미와 결들을 만화로 그려냈습니다. 사고뭉치들이 남겨놓은 화려한 사건의 후과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이를테면 그런 것들 아니겠습니까. 비록 만화를 추월하거나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원작만화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영화세계가 일취월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여담이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최근작 <좀도둑 가족>은 <우나기> 이후 21년만의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정작 일본 국내에서의 반응은 차가운 편입니다. 가난해서 범법행위를 일삼는 가족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좀도둑 가족>이 ‘일본의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에’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반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쓰기도 했더군요. 제가 느끼기에는 <버닝>의 예술성을 따돌릴 정도의 ‘보편적 정서’라는 것도 일본이라는 특이한 나라에 오면 보편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하니까 남의 것을 훔쳐도 하는 수 없다는 태도는 일본에서는 좀처럼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뭐랄까, 불성실한 어리광처럼 보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덧.

이 만화 (그리고 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 세 자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찾아간 산골마을은 동북지방 야마가타현 카지카자와에 있는 온천마을이었습니다. 야마가타에는 산과 계곡을 따라 그렇게 생긴 온천마을이 꽤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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