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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cial Network (2010)

posted Jun 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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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는 1995년에 <Seven>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평단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던 감독입니다. 브레드 피트가 연쇄살인범을 상대로 싸우던 영화 <Seven>은 살인범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소름이 오싹 끼치더라는 점에서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과도 조금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해야겠군요. 핀처 감독은 2008년에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영화화 하더니, 2010년에는 생뚱맞게도 페이스북의 창업과정을 <The Social Network>라는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The Social Network>을 보고 느낀 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무지 영화 한 편 감이 될 성 부르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제법 그럴듯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둘째, 아직 영화로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이른 것 같은 이야기 같다는 점. 이 두 가지 느낌은 서로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겪은 일조차 관점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근사하게 보여준 영화로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Rashomon(羅生門)>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는 어쩌면 '합의된 거짓(falsehood agreed upon)'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해석하는 일에는 언제나 지나친 주관이 개입될 위험이 따릅니다.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을 다루는 데는 그나마 다양한 견해와 해석을 참고할 여지라도 있겠지만, 페이스북의 창업처럼 거의 현재진행형인 일을 영화로 만들어 놓으면 객관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The Social Network>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물들을 실명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시종 “저래도 괜찮은가?”라는 기분이 듭니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하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는 사회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컴퓨터 천재인데, 영화 속에서는 어쩌면 저토록 '싸가지 없는' 말만 골라서 늘어놓는지 놀라운 지경입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기하는 숀 파커는 냅스터를 창시한 무책임한 IT 선동가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인터넷 자판을 몇 번만 두드려보면 숀 파커는 냅스터사의 직원이었을 뿐, 그가 냅스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금방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은 주커버그의 동업자였던 에두아르도 세버린입니다. 이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소설 <The Accidental Billionaires>이 실은 세버린의 진술을 토대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요즘의 SNS가 무한히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인신공격적 폭로 내지는 무책임한 가십과 혼연일체인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가 설명하려는 내용과 일체가 되는 것보다 어떻게 그 대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겠느냐, 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걸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욕설의 의미를 설명해 달랬더니 그것을 설명하는 대신 욕설을 잔뜩 해대는 것은 불필요한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굳이 영화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NS는 사이버공간이 아니었다면 연결될 수 없었을 불특정 다수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중동지역에서의 시민혁명 과정에서 목격하듯이, 그러한 서비스의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파급력과 효과는 큽니다. SNS는 그 자체로써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에 존재하지 않던 소통방식이 생겨났을 뿐입니다. 핵분열 과정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후 원자력발전도 가능해지고 핵폭탄도 생겼던 것처럼,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에 존재하지 않던 뭔가가 생겨났을 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되도록 빨리 알아채는 일은 중요합니다.

SNS는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거나 미처 확인되지 않은 의견이나 주의주장을 빛의 속도로 실어 나릅니다. 물론 이메일이나 블로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NS가 특이한 점은, 그것을 가능한 널리 확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고안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SNS는 생각의 전파단위라고 할 수 있는 ‘밈(meme)’을, 지금까지 존재하던 다른 어떤 매체보다 너르고 빠르게 전파합니다. 밈의 증식능력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죠. 특정한 아이디어가 다수의 사고방식을 규정하고, 선입관을 조장하며, 나아가 집단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NS에서 아이디어(밈)를 전파하는 사람들은 매우 독특한 형태의 권력을 누립니다.

다수를 움직이는 힘은 선하고 요긴하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SNS에 대해서 염려하는 두 가지는, 첫째 그것이 견제되지 않는 권력이라는 점이고, 둘째로 비용이 거의 수반되지 않는 행위라는 점입니다. 권력은 부패합니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독특한 권력은 독특하게 부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 견해가 교환되는 가상의 장소를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시장은 스스로 그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는 자기조절능력을 갖춘 곳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그러한 자기조절은 가격과 비용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비용이 제로에 가깝다면, 사실상 그런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균형에 수렴하는 시장의 특성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가능성을 찬미하는 과학자들처럼, SNS의 창시자들은 SNS가 가진 바람직한 가능성을 감안하면 그것이 지닌 어두운 그늘쯤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답게도, 마크 주커버그는 자기를 ‘또라이’처럼 묘사한 <The Social Network>에 대해서 ‘픽션일 뿐’이라며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는군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이 만든 SNS의 의미와 이 영화의 함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소재에 대해서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덧붙이자면, 이 지루하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드라마를 빚어낸 감독의 역량은 돋보였고,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공로는 훌륭한 드라마를 보여준 데 있다기보다, 그것이 소재로 삼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자극해준 데 있지 않겠나 싶네요. 영화 속에서, 주커버그는 수백만의 가입자를 얻고서도 자기가 원하던 한 여인의 마음은 얻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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