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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Phoenix (2007)

posted Aug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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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처음 출간되어 전 세계를 환타지 열풍 속으로 끌어들인 J.K. 로울링의 해리 포터는 2007년 제7권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어린 딸을 혼자 키우며 궁상맞게 카페에 앉아 책을 쓰던 로울링은 영국 여왕보다도 갑부가 되었고, 2004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자 순위 552위에 올랐죠. <해리 포터> 시리즈는 도통 책이라고는 가까이 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로 하여금 서점 앞에서 장사진을 치도록 ‘마법’을 발휘했습니다. <해리 포터>가 대박을 터뜨린 근본적인 이유는 환타지 장르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잘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공평할 겁니다.

    첫 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재기발랄하지만 어딘가 좀 엉성해서 성에 차지 않더니, 권을 거듭할수록 로울링은 플롯과 캐릭터를 가다듬어 <데미안>에 비견할만한 성장소설로 만들었더군요. 이 소설에서 제가 좀 거슬렸던 부분은 작가의 분신(alter ego)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 론, 허마이오니 세 주인공의 닫힌 소통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생사의 고락을 함께하는 벗들이라고 하기엔 서로에게 너무 조금씩들만을 털어놓더군요. 어떨 때는 좀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이유로, 또 어떨 때는 너무나 유아적인 서운함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강점은 세 가지입니다. (1) 환타지 장르의 전통적인 아이콘에 대한 창조적 재해석, (2) 뛰어난 유머감각, (3) 선악의 구분과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꿰뚫어보는 심리학적 지혜와 도덕감성. 비록 로울링의 이력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녀는 삶의 여정 어느 대목에선가 틀림없이 외로운 도덕적 투쟁을 치열하게 경험해 보았던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희생을 마다 않는 친구들의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혼자 져야만 하는 무거운 짐. 무릇 모든 도덕적 투쟁은 그렇지 않던가요.

    이런 대박 소설을 놓칠 까닭이 없는 헐리우드에서 워너 브라더스가 2001년부터 2007년 사이에 다섯 편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제3편인 <아즈카반의 죄수>는 <Y tu mamá también>으로 유명한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을 맡기도 했는데, 작년에 개봉한 5편부터 내년과 후년에 개봉할 6-7편은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을 했거나, 할 예정이죠. 확인해볼 방법만 있다면,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는 원작소설을 못보고 영화만 본 관객의 비율이 가장 적다는 기록을 세운 영화에 해당할 것만 같다는 것이 제 짐작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더라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은 번번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일곱 편을 따로 놓고 보자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제5편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입니다.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5학년이 됩니다. 악의 화신인 볼드모트가 되살아나 세계정복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이 해리의 활약 덕분에 명백해졌는데도 마법부(Ministry of Magic) 관료들은 볼드모트의 부활을 믿지 않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들이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죠. 마법부는 엄브리지라는 관료를 교사겸 감독관으로 호그와트에 파견하죠.

    마법부는 볼트모트가 부활했다는 증거들을 조직적으로 은폐할 뿐 아니라, 해리가 정당방위로 사용한 마법을 미성년자의 불법 마법사용으로 몰아 해리를 퇴학시키려 합니다. 이 일로 인해 해리는 재판정에 서게 되는데, 이 재판은 허울뿐인 ‘집행적 사법절차’의 섬뜩한 모습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미리 내려두고 피의자를 정죄하는 재판을 이른바 ‘캥거루 재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실을 겅중겅중 건너뛴다고 해서 생겨난 명칭이죠.

    해리 때문에 자신의 거짓 기사가 탄로 났던 ‘The Daily Prophet’의 스키터 기자는 해리를 과대망상에 빠진 거짓말쟁이로 날조하는 기사를 계속 씁니다. 알량한 권력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정치가들과, 자신의 거짓말을 어떻게든 진실로 ‘만들기’위해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는 추악한 함정에 빠져버린 언론이 손을 잡는 거죠. 일반인의 자제로서 마법사가 된 ‘더러운 튀기들(filthy half-bloods)’이 마법세계의 동등한 시민자격을 누리는 세태에 불만을 품고 있는 오만한 순혈주의자들도 해리 탄압에 협조자가 됩니다. 일반인을 모친으로 둔 해리가 영웅이 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는데다가,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이 한 번 뒤집히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낙오자(loser)들처럼 보입니다. 마법부가 학교에 파견한 엄브리지가 이런 부류에 해당하죠.

    적극적으로 해리를 괴롭히는 제도권 권력자들의 동기는 그렇다 칩시다. 마법세계의 대다수 시민들은 왜 명백한 증거가 제시하는 논리적인 결론을 못 본 체하고 신문에 나는 말들을 믿어버리는 걸까요? 두렵기 때문입니다. 악의 제왕이 되살아난 게 만일 사실이라면 그가 장차 몰고 올 미래의 고난이 너무나도 무섭기 때문에 아마 아닐 거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영어로는 이런 사람들을 타조(ostrich)라고 부릅니다. 타조는 위험이 닥치면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고 적이 자신을 못 볼 거라고 믿을 만큼 어리석다는 속설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일찍이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본다”고 말한 사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였습니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냉소적인 표현만 들어서는 이렇게 무서운 집단최면의 광란이 선뜻 떠오르지는 않죠.

    우습고도 무섭지 않습니까? 악의 제왕을 추종하는 세력과 악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동맹을 맺게 되는 세상의 비겁한 이치가? 악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악의 협조자가 되는 인간의 그 나약함이? 볼드모트의 부활을 대강 눈치 채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부인했던 마법부 장관 같은 사람들은 볼드모트의 재기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된 다음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아요. 과거 자기 언행을 합리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두려워서 진실을 회피했던 사람들은 어차피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리는 되려 ‘해리가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는 비난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겁니다. J.K. 로울링은 이 대목에서 만큼은 군중심리의 기묘한 속성을 오르테가 이 가세트보다도 날카롭게 읽어내고 있습니다. 테러(공포)와 싸우는 일은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일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어려운 법이죠.

    제가 <불사조 기사단>을 좋아하는 건 단지 특이한 사회현상을 손에 잡힐 듯이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해리가 고독한 위기에 처했을 때, 그에게는 목숨을 걸고 (또는 퇴학의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악에 맞서 싸우는 동료들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학교 안에서는 엉성하지만 ‘덤블도어의 군대’라는 비밀모임이 결성되고, 학교 밖 험한 세상에서는 ‘불사조 기사단’이 활약하거든요. 덕분에,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외로운 도덕적 투쟁을 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법한 우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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