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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s)

posted Jul 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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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s.jpg

 

1951년 아이오아주 디모인에서 태어난 빌 브라이슨은 당대 최고의 수필가, 특히 여행기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인 아내와 결혼하고 그곳에 정착한 특이한 이력 덕분에, 그의 여행기는 독특하다.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처럼 누구보다 생생하게 '미국적인' 유년기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성인이 된 그에게 미국은 야릇하게도 기시감을 주지만 낯선 땅이다. 그래서 미국에 돌아온 후의 생활을 기록한 책 <발칙한 미국학>의 원제는 "I'm a Stranger Here Myself(나 자신도 여기서 이방인이다)"이다.

나에게 브라이슨을 소개해준 나의 벗 우하와 내 의견은 일치하는데, 그의 저서들 중 최고로 꼽을만한 것들은, 완전한 아마추어로서 지구의 자연사를 연구하고 그 경이로운 느낌을 쉬운 글로 옮긴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서툰 등산가로서 애팔래치아 종주에 무모하게 도전한 산행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s)>, 그리고 50년대 미국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은 <빌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내가 마음고생을 크게 하고 있던 시절에 나에게 가장 큰 용기를 준 두 권의 책들 중 한권이었다. <나를 부르는 숲>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는 나에게도 산행에 군침을 흘리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자연친화욕구를 담고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그의 다른 저서들은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면은 있다. (내 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 자신을 좀 과도하게 바보로 만든다") 그러나 이 책들 중 어느 것 하나도, 남에게 권해서 핀잔 들을 만큼 재미 없는 건 없다.

<발칙한 미국횡단기(The Lost Continent: Travels in Small-Town America)>
<발칙한 유럽산책(Neither Here Nor There: Travels in Europe)>
<발칙한 영국산책(Notes from a Small Island)>
<아프리카 다이어리(Bill Bryson's African Diary)>

나머지 저서들 중 딱 한 권만 더 골라본다면, 나는 위에서 잠간 언급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I'm a Stranger Here Myself)>를 꼽고 싶다. 영국을 거처로 삼았던 미국인이 미국을 다시 발견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서 매력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신기하고 기괴한 것들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잖은가. 저자의 허락은 없지만, 이 책 중에 한 소절을 소개한다.

<졸업식 축사 (발칙한 미국학 중에서)>

뉴햄프셔 주 메리던, 킴벌유니언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내겐 2주 후면 하노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여러분 또래의 아들이 잇습니다. 내가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 아이에게 오늘 이곳에서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그 아니는 젊은이들 특유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빠가요? 아빠는 자동차 뒷유리 와이퍼의 작동을 멎게 할 줄도 모르시잖아요”하고 말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나는 자동차 뒷유리 와이퍼의 작동을 멎게 할 줄 모르며,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나는 어찌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나 마찬가지고, 이 사실을 부정해봐야 소용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들이나 여기 계신 여러분이 아직 하지 못한 일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8년을 더 산 것입니다. 그리고 내 나이쯤 되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에서 한두 가지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뜨거운 표면이라고 해서 꼭 뜨거워 보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펜에서 잉크가 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펜을 내 바지들 중에서 가장 좋은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머리 위로 셔츠를 벗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은 동물들은 나를 물려고 하고 앞으로도 늘 그러하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배웠고, 따라서 일종의 지혜, 아파서 그만둘 때까지 어리석은 짓을 거듭하다가 터득하게 되는 그런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여러분이 학교를 졸업한 후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제부터 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소소한 생각들(지나가는 생각들) 10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가끔은 여러분이 살아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이런 고마운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어찌나 적은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엄청난 행운에 의해 이 우주의 모든 물질들 중 아주 적은 일부가 모여서 어러분이 생겨났고, 여러분이 존재하는 특권을 누리는 기간은 영겁의 세월중 극히 짧은 한순간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은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시 무(無)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러분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놀라운 기회를 갖게 되엇습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하든 여러분을 태어나게 한 이 놀라운 성취에 조금이나마 비견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잘 태어나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특별합니다.

2. 그러나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지구상에는 50억 명의 다른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 모두가 여러분만큼이나 중요하고 여러분만큼이나 신의 위대한 계획 속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의 배려를 고마워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피자를 배달하고, 여러분이 구입한 식료품을 봉투에 담아주고, 여러분이 어지럽힌 모텔 방을 청소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지금부터라도 그런 습관을 들이십시오.

보다 많은 사람들, 여러분이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여러분을 도울 수 없습니다. 아니, 그들은 자신들조차도 도울 수 없습니다. 이들을 가엾게 여기십시오. 슬프게도 우리는 무정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먼 나라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점점 더 마음과 지갑을 닫고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바랍니다.

3. 이론상으로 무언가를 하지 마십시오.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런 일은 하지 마십시오.

4. 여러분이 살면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 일을 하십시오.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는 것도 좋고, 올림픽 수영선수가 되는 것도 좋고, 카네기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모든 이가 여러분이 노래를 할 수 없을 거라거나 100미터 달리기 개인 최고 기록이 74초인 사람이 100미터 달리기에서 우승한 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지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내 나이쯤 되어서 “나는 보스턴 레드삭스 팀에서 2루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 때문에 법률 공부를 해야 했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법률 공부는 아버지에게 하시라고 하고 여러분은 에베레스트를 오르십시오.

5. 이기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내가 한 대 쳐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기는 것만이 전부다’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끔찍한 일입니다. 참여하는 게 중요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기지 못한다고 해서 부끄러울 일은 없습니다. 부끄러운 일은 이기려고 애쓰지 않은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패배에 연연해하지 마십시오. 자꾸 노력하다 보면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십시오.

6.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그건 무가치한 일입니다. 시험 때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세금을 속이지 말고, 부모님을 속이지 마십시오. 모노폴리 게임을 할 때 사람들을 속이지 말고, 그 무엇을 할 때에도 속이지 마십시오. 사기꾼은 번창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기꾼은 번창합니다. 그러나 늘 마지막에 붙들리고 맙니다. 속이는 것은 그 노력이 아까울 뿐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7. 겸손하려고 애쓰십시오. 그게 훨씬 낫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노벨상을 목에 걸고 다닐 때보다 그들 스스로 여러분이 노벨상을 탄 사실을 발견했을 때 더 감탄하는 법입니다.

8. 늘 내 책을 사십시오. 책이 나오자마자 양장본으로.

9. 기뻐하십시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에게는 기뻐할 일이 무수히 많습니다. 여러분은 총명하고 젊고 엄청나게 잘생겼습니다. 여기서도 다 보입니다. 여러분 앞에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삶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언제나 그렇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여러분은 이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10. 마지막으로 (오늘 내가 말한 것들이 기억이 난 난다면 이것만이라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공공장소에서 연설을 하게 되면 되도록 짧게 하십시오. 대단히 감사합니다.

(독자들을 위해 덤으로 말씀드리자면,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작가의 경우 자신의 글을 재활용하는 일에 결코 주저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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